24일 월가 증시는 추수감사절로 휴장했습니다. 25일은 미국에서 본격적인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되는 블랙 프라이데이입니다. 이날 월가 증시는 오후 1시 조기 폐장합니다.

[요즘 연준의 동향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MZNCjkKvDHI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앞으로 주목할만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로 ‘’블프’ 소비 갈림길’, ‘엑셀서 힘 빼는 연준’, ‘산업재 업종에 관심’을 꼽았습니다.

지난 23일 공개된 미 연준의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은 연준 내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회의록에서 확인된 연준 내 논의 내용을 요약하면 ‘금리 인상의 엑셀(가속기)에서 힘을 빼는 것’입니다. 연준 내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것입니다. 방송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요즘 연준의 동향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MZNCjkKvDHI

◇ ‘블프’ 소비 갈림길

향후 미국 소비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연말 쇼핑 시즌의 하일라이트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25일로 다가왔습니다. 이날 증시는 미국 시간으로 오후 1시에 조기 폐장합니다. 과연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이 어떻게 될지 월가의 관심이 높습니다.

올해 고물가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소비가 얼마나 위축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미국인은 TV 등 대형 가전제품과 완구, 의류 등은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행사 때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통업체들도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할인 행사를 벌입니다. 한편 미국 소비가 견조하다면 쉽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쇼핑몰에 걸린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알리는 광고판. /로이터 연합뉴스

일단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는 블랙 프라이데이 때 미국의 소비가 작년보다 무려 15%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는 현금과 신용카드 등 모든 종류의 지불을 추적하는 조사로 자동차 소비는 제외된 수치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리오프닝으로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이에 대응해 유통업체들은 대형 할인 행사를 열면서 매장 소비는 18%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백화점 소비도 25%나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레스토랑 외식은 35%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또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물가 상승분을 빼면 실제 소비가 작년보다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올해 11~12월 연말 쇼핑 시즌의 매출 증가율을 6~8%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 쇼핑 시즌에는 ‘보복 소비’ 등으로 인해 전년보다 13.5% 증가했고, 2020년에도 9.3% 나 증가한 것보다는 낮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증가율 평균인 4.9% 보다는 높은 수준입니다.

또 미국소매협회가 설문 조사를 통해 예측한 바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기간 주말인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사이버 먼데이까지 미국 소비자 1억6630만 명이 쇼핑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작년(1억5830만 명)보다 5% 늘어나 800만 명이 더 쇼핑에 나서는 것입니다.

미국의 추주감사절 기간 쇼핑 인구 전망. /자료=미국소매협회

한편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연말 쇼핑 시즌이 포함된 4분기에 동일 매장 매출이 작년보다 3%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고물가로 인해서 씀씀이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체감 물가가 확 올랐기 때문입니다. 미국농업연맹(AFBF) 조사에서는 추수감사절 만찬 비용이 작년보다 20%나 오른다고 나왔습니다. 10명 기준으로 칠면조를 저녁으로 먹을 경우 비용이 평균 64.05달러로 작년의 53.31달러보다 10.74달러나 더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16파운드 짜리 칠면조 가격이 21% 올랐고, 기타 채소, 양념 등 음식 재료 가격도 모두 올랐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만찬 비용 추이. /자료=미국농업연맹

딜로이트 컨설팅의 지난 9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이번 연말 쇼핑 시즌에 가구당 1455달러를 쓸 것이라고 응답을 해서 작년의 1463달러보다 줄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선물 개수도 작년의 평균 16개에서 올해는 9개로 줄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이번 연말 쇼핑 시즌에 작년보다 덜 쓰겠다는 대답이 46%나 나왔습니다. 작년보다 응답 비율이 늘어난 것입니다. 또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쓰겠다는 대답은 23%였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약 80%의 소비자는 인플레이션 환경에 맞춰서 자신들의 행동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절반쯤이 좀 더 저렴한 제품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트렌드는 월마트, 타깃 등 주요 유통업체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은 계속해서 쇼핑을 늘릴 것이란 전망입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조사에서는 연소득 12만 달러 이상 가구의 경우 선물,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에 평균 2759달러를 쓸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이는 미국 전체 가계 평균(1430달러)의 2배 가까이 되고, 작년보다도 15% 늘어난 것입니다.

또 설문 응답과 실제 행동이 다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소비 여력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는 말도 있습니다. 실제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쇼핑 분위기가 예상보다 좋다면 증시는 연말 ‘산타 랠리’로 이어질 수 있겠습니다.

◇ 엑셀서 힘 빼는 연준

지난 23일 공개된 미 연준의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은 FOMC 후 제롬 파월 의장이 한 기자회견을 다시 확인해 주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연준 내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게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회의록에서 확인된 연준 내 논의 내용은 금리 인상의 엑셀(가속기)에서 힘을 빼는 정도입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다시 유동성이 넘쳐날 수 있다는 과도한 낙관론은 금물이라고 하겠습니다.

11월 FOMC 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에 준 메시지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최종금리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둘째, 이르면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 셋째, 연착륙으로 가는 길이 좁아졌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2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회의록에서 첫째 메시지는 “다양한(various) 참석자들이 위원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연방기금금리의 최종 금리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더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는 식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various라는 단어는 통상 회의록에서 등장하는 않는 단어여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블룸버그는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인 엘렌 미드의 말을 이용해 “Various는 모호함이 필요할 때 매우 예외적으로 동원되는 표현”이라며 “만약 ‘several’ 이라고 했다면 이는 강력하지 않은 메시지가 된다. 그래서 일부러 표현을 모호하게 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파월의 기자회견에서 매파적인 발언으로 시장이 판단했던 게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었는데, 회의록에서 various를 단어를 쓴 것으로 볼 때 파월의 발언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가 연준 내에서 있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메시지는 회의록에서 “과반을 상당히 넘는 수(substantial majority)의 참석자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의 둔화가 곧 적절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얘기에 더 많은 연준 위원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에 따라 12월의 금리 인상폭은 기존 4차례 했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이 아니라 빅스텝(0.5%포인트)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다만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일부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이 공개 발언을 통해 자이언트 스텝 방안이 완전히 테이블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빅스텝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경제 지표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현재 12월 FOMC의 빅스텝 확률은 75.8%, 자이언트 스텝 확률은 24.2%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 추이. /자료=미 연준

셋째 메시지는 회의록에서 “연준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가 내년 중 경기침체(recession)에 진입할 가능성이 (연준 자체 시나리오 상) 거의 기준선에 가깝다고 했다”며 경기침체를 언급했다는 것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를 연준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50% 정도 예측하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경기 침체를 언급한 것은 올해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처음입니다.

회의록에서는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두 가지 흐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흐름은 금리 인상이 과다하게 흐를 가능성에 불안해 하는 것입니다. 비둘기파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흐름은 아직 긴축을 완화할만한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우려입니다. 매파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일부(some) 참석자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이상으로 정책을 긴축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으며, 몇몇(several) 참석자는 계속된 빠른 긴축이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반면 소수의(a few) 참석자들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 전에 정책 기조가 더 분명히 제약적으로 명확해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 산업재 업종에 관심

세계 1위 종합 건설장비기업 캐터필러의 주가가 강세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캐터필러, 존 디어를 비롯한 산업재 관련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 있고 향후 실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캐터필러는 2021년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13.0%로 건설장비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고마츠, 중국 XCMG 등 여러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으며 아시아보다는 북미, 남미 시장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캐터필러는 건설에 쓰이는 굴삭기, 광산에 필요한 운반장비, 석유 유전에 필요한 이송장비까지 다양한 장비를 제조하며 금융사업까지 영위하는 대기업입니다.

캐터필러가 생산하는 건설장비들. /로이터 연합뉴스

캐터필러는 지난 10월 27일 시장의 기대치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2022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이후 주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사업부인 건설기계부문을 살펴보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북미시장의 매출이 30% 이상 성장하며 전체 실적을 이끌었습니다. 북미의 건설 수요가 여전히 좋고 올해 석유 시추가 빠르게 늘면서 에너지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남미 시장의 성장도 특징적입니다. 남미시장은 캐터필러 매출의 13%를 차지하고 있는데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광산의 채굴 수요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요에 따라 캐터필러는 인력 충원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최근 큰 폭의 감원을 진행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과는 대비됩니다.

2017년부터 캐터필러의 CEO(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짐 엄플리비는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강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으며 캐터필러는 이번 4분기 그리고 내년도 사상 최대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유통채널의 재고가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캐터필러의 수주 잔고가 매 분기 늘고 있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수주 잔고는 지난 3분기 기준 3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이며 올해만 94억 달러가 증가했습니다. 내년에도 건설, 광산, 석유 및 가스에 대한 투자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캐터필러는 최근 높아진 원재료비를 반영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입니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유전 설비에서 유정 장비를 운송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발표되는 미국 산업재, 소비재 관련 기업들의 좋은 실적은 미국의 소비 경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빅테크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의 인력 감축이 진행되고 있지만 인프라 투자 분야의 수요는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관련 기업들은 인력을 충원하고 있습니다. 인프라 투자 관련 수요가 어디까지 지속될지, 이를 통해 발생되는 고용 효과가 전반적인 경기의 상승을 가져올지 향후 산업재 기업들의 실적과 수주의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 소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됩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합니다. 고물가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잘 버텨준다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소비 추이를 잘 챙겨 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만,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폭을 낮추더라도 최종 금리는 높아질 수 있다고 한 바 있습니다. 금리는 증시 유동성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주목해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미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강조하면서 산업재 업종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 등 어려움도 있지만 인프라 투자가 계속된다면 실적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산업재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