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상징적인 두 장면부터 보고 가시죠.

#1. 반미(反美) 시위와 나이키 운동화

2019년 10월 18일 오후 2시55분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회원들이 서울 중구 덕수궁 근처 미국 대사관저 담장을 넘어 침입했습니다. 대진연은 서울에서 북한 김정은 칭송 대회를 열었던 친북(親北) 단체입니다.

이날 대진연 회원들은 “해리스(당시 주한 미국 대사)는 이 땅을 떠나라!” “미국 반대!” 구호를 외치며 대사관에 침입했고, 70분 농성 끝에 체포됐습니다.

아래는 당시 사건 현장을 찍은 사진입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2019년 10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 담장을 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유명 브랜드인 나이키·잔스포츠·뉴발란스 패션을 걸치고 있었다. 이들 일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2년 9월 2심에서 집행유예 형을 선고 받았고,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걸려 있는 상태다. /뉴시스·그래픽=한경진 기자

반미(反美) 투쟁 한복판에서 빛나는 나이키, 잔스포츠, 뉴발란스 로고라니. 수십년 해묵은 논쟁꺼리가 2019년에도 재현될 줄은 몰랐습니다. 패기롭게 담장을 오르던 반미 청년들도 패션 취향은 정치 신념과 ‘별개의 문제’였던 걸까요.

2017년 11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방한(訪韓)을 반대하는 불법 기습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그는 정치 신념과는 별개로 미국 '하와이' 패션을 하고 있었다. /조선일보DB

#2. 30년 전에도 10대는 미국에 열광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인, 1994년 5월 30일자 조선일보 경제면 톱 기사입니다. 그 시절 10대 사이에서 불었던 ‘미제 열풍’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습니다.

헐렁한 웃도리에 낡은 청바지, 밑창 두터운 신발을 신고 야구모자를 거꾸로 쓴 10대들. 이른바 힙합(Hip-Hop)스타일은 이제 그 발상지인 미국 흑인 슬럼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도쿄, 싱가포르, 멕시코시티 그리고 서울에 이르기까지 10대들 모습은 너무도 똑같다.

리복 운동화, 리바이스 청바지, P&G 소녀 화장품, 그리고 코닥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세계 틴에이저 시장은 하나가 돼 가고 있다. 운동화나 햄버거, 콜라 따위를 세계 시장에 내놓으려면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이나 샤키 오닐같은 세계 공통 10대 우상들의 사인을 곁들이는 게 필수품처럼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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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10대 소비 시장을 다룬 조선일보 경제면 기사. /조선 뉴스라이브러리100

[☞영상 바로보기: 아웃링크 클릭·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아래 주소로 들어오세요!]

https://youtu.be/KmglEGqgbwI

◇1990년대 뉴스 패러디: [현장고발] 미제(美製)가 넘쳐난다!

이번 주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의 주제는 바로 ‘미국 감성’에 열광하는 2030세대입니다.

최근 서울에 매장을 낸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명 버거 브랜드 '슈퍼두퍼'와 SUV 시장의 스테디셀러인 미국 포드 익스플로러.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

요즘 대세인 패션·음식·자동차·장소를 두루 살펴보면 1990~2000년대 유행한 미국 문화 코드에 영향을 받은 상품이 많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는 쉐이크쉑, 슈퍼두퍼 등 수제버거집과 도넛, 베이글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서고,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는 ‘미국 스트리트 패션’ 장르가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아메리칸 캐주얼을 일본·한국식으로 풀어낸 이른바 ‘아메카지’ ‘김치카지’ 패션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역에서 만난 사람들. '옛날 사람'이 되어 2022년 불고 있는 2030 미제 열풍을 취재했다.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

자동차도 마찬가지. 최근 수입 SUV 시장에서 미국 포드사(社)의 익스플로러 차량이 벤츠 E350·BMW X3를 꺾고 판매량 1위를 기록했는데요. ‘미국 경찰차’로도 유명한 이 모델은 2017~2019년 연속 한국 수입 SUV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숨은 강자’라고 합니다. 시원한 외관, 넓은 트렁크,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력이 전형적인 ‘미국 차’의 정체성을 담고 있고, ‘가성비 수입차’라는 강점이 한국 소비자에게 통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수입 SUV 시장의 숨은 강자로 통하는 미국 포드사의 익스플로러. /조선일보DB

미국 자동차 문화를 소개하는 서울 성수동 ‘피치스 도원’은 최신 소비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 나이키, 코카콜라, 포르쉐,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 LG전자, 힙합 레이블 AOMG 등 대형 브랜드와 협업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용산 미군부대 장교숙소였다가 2020년 여름 개방된 용산공원도 인기 명소로 떠올랐죠. 개방 초창기에는 하루 20명도 찾지 않았는데, 지난해부터 ‘미국 여행’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하루 평균 1500명(지난달 기준)이 찾고 있습니다.

서울 성수동 피치스 도원. '옛날 사람'이 되어 2022년 불고 있는 2030 미제 열풍을 취재했다.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

그렇다면 요즘 유행하는 ‘미국 감성’ 상품들의 특징은 뭘까.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자유분방하고, 실용적이라는 공통점이 돋보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런 ‘미제 소비’를 수십년 전에는 ‘사치 행위’로 죄악시 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라인업 취재팀은 1990년대 뉴스를 패러디, ‘[현장고발] 미제(美製)가 넘쳐난다!’ 편을 준비해봤습니다. ‘미국 문물’이 넘쳐나는 세태를 꾸짖는 ‘옛날 사람’으로 변신, 포드 자동차를 타고 서울 강남의 슈퍼두퍼(미국 버거 브랜드) 매장, 성수동 피치스 도원, 옛 미군 기지였던 용산 공원을 순찰하며 미제에 흠뻑 빠진 2030세대와 인터뷰를 나눠봤습니다.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에서 그 생생한 현장을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STORY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

#VIDEO 스튜디오광화문 이예은 PD

#유튜브 바로가기 [현장취재] 왜 때문에 MZ는 미제를 좋아하죠?? https://youtu.be/KmglEGqgb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