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에 오르는 값비싼 음식의 대명사로 꼽히는 한우 값이 최근 연일 폭락하고 있다. 매년 사육하는 한우는 늘어나는데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재고가 쌓인 탓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수입 곡물 가격이 상승해 사료비를 포함한 생산비까지 급등하면서 축산업계는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대형 마트나 식당에서 파는 한우 가격이 너무 비싸서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물가에 떨어진 한우 가격
16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한우 지육(도축한 고기) 1㎏ 도매가격은 1만6269원으로 작년 같은 날(2만433원)보다 20.37% 떨어졌다. 15일 한우 부분육(등심)의 도매 가격은 1㎏에 5만1508원으로 작년 같은 날(6만6983원)보다 23.1% 하락했다. 1㎏당 한우 도매가격이 1만7000원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한우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고금리로 시장에서 한우 소비는 줄어드는 반면, 한우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한우 사육 마릿수는 매년 증가해 올해 355만7000마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도축 마릿수도 증가하면서 올해는 전년 대비 7.5% 이상 증가한 85만 마리 정도로 집계됐다. 반면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소비량이 줄어 재고는 계속 쌓이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재고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83.3%나 늘었다.
한우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24년까지 도축 마릿수가 100만 마리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최근 수입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사료비도 대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가격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축산 농가들이 줄줄이 파산했던 2013년 소값 파동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그래도 비싸다”
소비자들은 반면 마트나 식당에서 여전히 한우 가격 하락세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16일 서울 용산에 있는 한 대형마트. 행사 상품으로 팔고 있는 업진살 한우 300g 한팩짜리가 4만4040원이었다. 지나가던 주부들이 가격표를 들여다보면서 “이게 할인된 가격이냐”고 묻더니 “할인해도 비싸다”며 한숨을 쉬었다. 같은 날 저녁 서울 종로 한 음식점에서 한우 모듬구이를 시킨 한 손님은 “1인분(150g)에 4만6000원”이라며 “2인분에 소주 한두 병만 마셔도 십 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요즘 한우 가격이 내려갔다는 건 체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호주와 달리 우리나라는 도축, 경매, 가공, 도·소매 과정까지 6~8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각종 수수료와 마진이 소비자 판매 가격은 도매가격보다 크게 비싸진다. 실제로 축산물품질평가원 통계를 통해 살펴보면 한우 도매가격은 1년 사이 20% 넘게 떨어졌지만 한우 등심(1㎏)의 소비자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7.5%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닫힌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를 비롯한 대형마트 3사는 계속해서 할인 쿠폰을 지원하는 한편 반값 한우 행사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고 등급 한우를 최대 40%까지 할인하고 SSG닷컴도 18t 물량을 최대 반값까지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