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나타내며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 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내년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최종 금리 3.5% 전망은) 정책 약속이 아니다”라며 “경제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수 금통위원은 내년 우리나라 최종 금리 수준을 연 3.5%로 예상했었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3.25%다.

이 총재는 “아직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목표치에 수렴한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금통위원 대다수 의견”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침체로 가느냐, 아니냐 하는 경계선에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다. 상반기는 1.3%, 하반기는 2.1%로 전망됐다.

이 총재의 발언은 상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어려워지거나, 하반기에도 흐름이 좋지 않으면 침체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올해 11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5.1%로 물가 안정 목표 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며 “연간 기준으로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3.6%에서 7월 6.3%까지 가파르게 올랐다가 이후 오름 폭이 꺾이며 지난달 5%로 낮아졌다. 한은은 향후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 내외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며 오름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