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일(현지 시각)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올해 세계 경제의 3분의 1이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작년 11월 29일 독일 베를린 연방총리실에서 기자회견하는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강타당했던 세계 경제가 올해는 침체 늪에 빠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몰고올 경기 둔화 부작용으로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경고다.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 경제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1일(현지 시각)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힘겨운 해가 될 듯하다”라며 “세계 경제의 3분의 1, 유럽연합(EU)은 절반 정도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과 EU, 중국 경제가 동시에 둔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IMF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플레이션 지속과 글로벌 고금리 기조 등을 이유로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발언을 감안하면 IMF가 조만간 전망치를 더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중국이 세계 성장률 갉아먹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대형 악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라는 위험이 더해졌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 정책이 폐지되면서 앞으로 수개월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코로나 확산으로) 향후 몇 달 동안 중국 경제는 어려울 것이고, 중국과 아시아, 세계 경제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성장률과 같거나 낮아질 수 있다. 지금껏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FT는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발언은 중국의 제로(0) 코로나 완화 정책이 세계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보다는 끌어내릴 것이라는 경고”라고 했다. IMF가 작년 10월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4.4%로 세계 성장률(2.7%)보다 높았는데, 봉쇄 정책 포기로 인한 코로나 확산이 중국의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글로벌 침체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6%, 한국은행은 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라고 예측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전망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발 침체 등이 더해진다면 예상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생긴다.

◇미국의 불황 여부가 관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 경제는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활황이었던 미국 경제가 조만간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경고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지난달 말 미국 50주(州) 중 절반이 넘는 26주의 경제 활동이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국 전체에 침체가 닥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음을 뜻한다”고 했다.

미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뜨거운 고용 시장이 식어갈 조짐도 보인다. 미국의 실업률은 작년 11월 역대 최저치에 가까운 3.7%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골드만삭스·아마존·메타(페이스북) 등 대기업들이 실적 악화 우려로 직원을 줄이는 등 고용 시장의 둔화 조짐이 보여 올해 실업률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연준은 올해 말 실업률이 4.6% 수준으로 올라가리라고 전망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가 최근 발표한 올해 말 실업률 전망치는 5%, 노무라는 5.9%다. 실업자가 늘면 소비가 줄고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경기 침체 위험이 더 커진다.

투자 업계에서도 침체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자산 운용 업계 ‘빅3′ 중 하나인 뱅가드는 미국에서 올해 말까지 불황이 발생할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뱅가드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올해 인플레이션이 다소 진정되겠지만, 침체라는 또 다른 충격이 닥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