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었음에도 자금조달 여건이 작년 3분기 크게 악화하면서 기업의 자금운용이 크게 줄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자금조달 여건이 작년 3분기 크게 악화하면서 기업의 순자금조달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예금과 채권, 보험 등으로 굴린 자금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을 뺀 금액을 순자금운용이라고 하는데, 이 금액이 마이너스일 경우에는 순자금조달로 표현한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6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작년 3분기 순자금조달 규모는 통계를 집계한 2009년 1분기 이후 역대 최대치라고 한은은 밝혔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운전자금 수요가 늘었음에도 작년 3분기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한 영향으로 기업의 자금운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은 전년 동기 대비 7조4000억원 줄어들면서 작년 3분기 2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의 여유 자금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가계 순자금운용은 5분기 만에 감소를 나타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저축성예금은 전년 동기 대비 17조3000억원 늘어난 반면 주식은 22조1000억원 줄었다. 금리가 오르면서 안전자산인 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 움직임이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수신금리가 오르며 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했고, 주식은 평가액이 떨어진 영향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일반정부의 순자금운용은 전년 동기 대비 10조6000억원 늘어난 22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 소비 증가폭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가계와 기업, 정부를 포함한 국내 모든 경제 주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5조10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