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65%나 폭락했지만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를 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작년 폭락장에서도 테슬라 주식을 1180만주나 더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16일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은 5501만주로 집계됐다. 2021년 말(4325만주)보다 1176만주 늘어났다. 4년 전인 2018년 말에 비하면 13배 정도 급증했다.

테슬라는 금액 기준으로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이었다. 주식 평가 금액이 82억7000만달러(작년 12월 16일 기준)로 2위 애플(42억2000만달러)의 2배 가까운 수준이었다.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서학 개미 수도 늘었다.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 등 국내 주요 증권사 12곳 계좌를 통해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70만2000명(일부 중복)으로 1년 전보다 26만5000명가량 증가했다.

서학 개미의 ‘테슬라 사랑’은 위험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주가가 올 들어서도 2.8% 더 떨어졌다. 9일(현지 시각)에는 전날 대비 5.9% 상승한 119.77달러로 거래를 마쳤지만, 여전히 지난해 말 주가(123.18달러)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서학 개미는 ‘테슬라 6대 주주’

서학 개미의 테슬라 지분율은 1.7%로 6대 주주에 해당할 만큼 많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13.4% 가지고 있다. 머스크에 이어 뱅가드(지분율 6.8%), 블랙록(5.4%), 스테이트스트리트(3.2%)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주요 주주다.

테슬라는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의 상징이 됐다. 2019년 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523만주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보유한 주식의 평가 금액은 1억4000만달러로 전체 해외 주식 중 17위에 불과했다. 당시 국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아마존(6억5000만달러)이었다.

하지만 2020년에는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이 단숨에 3375만주까지 늘었다. 그해 연말에는 보유 금액이 78억1000만달러로 서학 개미 보유 주식 중 1위에 올랐다.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합하듯 2020년 테슬라 주가는 743.4%나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급격한 금리 상승과 판매 부진 등이 겹치며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서학 개미들은 지난해에도 테슬라 주식을 1000만주 이상 더 사들였지만,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2021년 말 154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2월 16일에는 82억7000만달러로 쪼그라 들었다.

◇서학 개미가 국민연금보다 많이 보유

서학 개미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은 국내 대표적인 기관 투자가인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KIC)보다도 많은 편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테슬라 주식을 358만주, 한국투자공사는 201만주 보유하고 있었다. 서학 개미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이 두 기관 보유 물량의 10배 가까운 수준인 것이다.

애플과 비교해 보면 서학 개미의 테슬라 사랑이 얼마나 유별난지 알 수 있다. 서학 개미가 보유한 애플 주식은 3140만주로 국민연금 보유량(2210만주)의 1.4배 정도다. 그런데 서학 개미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은 국민연금 보유량의 15.4배에 달한다.

투자자 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시가총액 30위 이내 종목 중 주주 수가 테슬라 투자자보다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 보통주(601만602명), 카카오(201만7163명), 삼성전자 우선주(140만548명), 현대자동차(120만5989명), 네이버(108만1064명), SK하이닉스(98만4110명), LG에너지솔루션(96만8204명) 등 7종목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에서 ‘잘나가는 주식’에 몰빵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시대별로 금리나 산업 발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주도주’가 계속 바뀌어 왔다”며 “테슬라가 앞으로 다시 압도적인 주도주의 위치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기 때문에 분산 투자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