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자산 관리에서 금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미국 주도로 금리가 오르자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떨어지고,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도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를 넘겼다. 자산 시장을 빠져나온 시중 자금은 고금리 예금과 채권으로 몰렸다.

은퇴 자산은 오랜 기간 준비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큼, 경기 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금리 추이를 참고해 의사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은행 예금과 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금리 인상기에 예금 가입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 회의 이후로, 반면 대출은 회의 이전으로 시기를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금리 고점 지난 후 자산 관리, 미리 살피자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해 올해도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고점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상당수 금통위원은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를 3.5%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금리가 고점을 지난 이후에는 은퇴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 헝가리 태생 투자 대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 이론을 참고해 볼 만하다.

달걀 이론은 금리가 상승해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저점에 도달하면 다시 상승하는 일련의 주기 동안 투자하기에 가장 유리한 자산이 무엇인지를 설명해 준다. 금리 움직임에 따라 예금, 채권,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 배분 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금리 고점(X)에서는 예금 이자가 최고조에 달하므로 예금으로 자금이 모인다. 높은 금리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도 커져 안전한 예금이 선호되는 것이기도 하다.

금리가 고점을 지나 하락하는 A 국면에서는 예금에서 채권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이자율이 떨어져 예금의 상대적인 매력이 약화되는 반면, 채권은 이자 수익 외에도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으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금리가 저점을 향해 하락하는 B 국면에서는 부동산이 강점을 나타낸다. 이 국면에서는 채권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은 줄어들고 시세 차익 여지도 크지 않다. 반면 부동산 임대 수익은 줄어든 이자 수익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고, 금리 하락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져 부동산 수요가 살아난다.

금리가 저점(Y)을 지나고 반등하는 C 국면에서는 주식이 주요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다. 금리 상승이 경기 회복에 기인한 것이고, 경기가 좋아진다면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강세를 구가한다.

주식시장 강세장이 이어지다가 금리가 고점에 근접하고 경기도 정점에 가까워지는 D 국면에서는 주식을 차익 실현하고 안전한 예금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올해도 채권 투자 매력 계속

물론 금리 향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이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달걀 이론은 불확실한 금융 환경에서 자산을 운용하는 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개인들의 채권 매수가 급증한 것도 이 이론으로 설명된다.

채권의 투자 매력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고점 근처에서는 채권의 매매 수익률이 높은데, 이자 수익이 상대적으로 큰 데다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 유지될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은 현금 및 예금(43.4%)이 대부분이다. 이어 보험 및 연금(30.4%), 주식(25.4%) 순이다. 반면 채권(2.3%) 비율은 매우 낮다. 일반적으로 예금과 우량 채권은 원금을 지키면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안전 자산으로 여기는데, 금리 움직임에 따라 예금과 채권의 비교 우위는 달라진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기에 예금 가입자는 기존 저금리 예금을 해지하고 고금리 예금으로 갈아타면 된다. 이 경우 해지한 예금의 이자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지만 원금은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채권 투자자가 수익률이 더 높은 신규 채권으로 갈아타려면 보유 중인 채권을 처분해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 시세 차손이 발생한다. 채권 투자자가 원금 손실을 피하려면 만기까지 보유해야만 한다. 금리 상승기에 채권의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이유이다.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 예금 가입자는 만기 도래 후 새로 예금을 가입할 때 줄어든 이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채권 투자자는 기존의 높은 수익률을 만기까지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으로 만기 이전에 시세 차익을 내고 매도할 수 있다. 금리 하락기에는 장기 채권이 유리한 이유다.

◇변액연금 자산배분펀드로 분산 투자

경기는 회복, 상승, 둔화, 하강 등의 부침을 반복하고, 금리도 상승과 하락 주기를 되풀이하기 마련이다. 노후에 대비한 은퇴 자산을 준비할 때 금리 변동에 따른 적절한 자산 배분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변액연금 자산배분펀드를 활용할 수 있다. 자산배분펀드는 국내외 주식, 채권, 실물 자산, 현금 등에 전략적으로 분산 투자하는 펀드로, 펀드 매니저가 경제 상황에 따라 각 자산의 비율을 조정하고 위험을 관리한다. 하나의 펀드로 국내외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가입자의 펀드 변경 없이도 주식이나 채권 등의 비율을 자동 조정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