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31% 상승한 3만3733.96에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S&P500은 0.07% 떨어진 4016.95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27% 하락한 1만1334.27에 마감했습니다.
[켄 그리핀의 투자 전략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eVE6rBtXGiw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다가오는 성장 둔화’, ‘연준의 속도 조절’, ‘새 투자 스타의 탄생’을 꼽았습니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켄 그리핀이 세운 헤지펀드 시타델이 작년 160억 달러(약 19조7600억 원)의 이익을 내면서 헤지펀드 업계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레이 달리오가 창업한 브리지워터의 성적(62억 달러)을 훌쩍 넘어선 것입니다.
올해 54살인 켄 그리핀은 1990년 시타델을 창업했으며, 현재도 지분 80%를 갖고 있으면서 최고경영자(CEO)도 맡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개인 재산이 작년 272억 달러로 미국 갑부 중 53위를 차지했습니다. 방송에서 그의 투자 전략을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켄 그리핀의 투자 전략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eVE6rBtXGiw
◇ 다가오는 성장 둔화
연초 이후 월가 증시는 다우지수가 1.8%, S&P500은 4.6%, 나스닥은 8.3% 상승하면서 랠리(상승장)를 보여 줬습니다.
하지만 점차 성장 둔화와 실적 둔화가 오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날 다우는 올랐지만, S&P500과 나스닥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작년부터 수퍼 버블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제레미 그랜섬 GMO 설립자는 24일 노트에서 올해 말 S&P500이 3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다시 경고했습니다. 지금보다 20% 가까이 더 떨어진다는 전망입니다. 올해 한 때는 3000 부근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올해 84살의 그랜섬은 1990년대 일본 자산 버블 붕괴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등을 예측해서 유명해진 투자자입니다.
이날 나온 기업 심리 지표들은 전달보다 다소 나아지는 했지만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걸 가리켰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6.8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달의 46.2보다는 조금 낫지만, 50을 하회하며 업황 위축을 시사했습니다. 1월 비제조업(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46.6으로 역시 전달의 44.7보다는 나아졌지만, 기준선인 50을 밑돌았습니다. 제조 및 서비스 부문의 활동을 합산한 1월 합성 PMI 예비치는 44.6을 기록했습니다. 크리스 윌리엄슨 S&P글로벌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경제는 실망스러운 수준에서 시작됐다”며 “작년 12월에 비해서는 낫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가장 빠른 속도로 둔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3일 나온 콘퍼런스보드의 12월 경기선행지수는 110.5로 작년 2월 고점을 찍고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경기선행지수는 앞으로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고점을 찍은 후 12개월 후에 경기 사이클이 하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블룸버그가 지난 13~18일 이코노미스트 73명을 대상으로 한 1월 설문조사에서는 2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0.6%, 3분기 -0.3%로 2분기 연속해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 달 전 조사에서는 3분기는 0% 성장을 전망했지만, 이번에 역성장으로 전망이 바뀐 것입니다. 내년까지의 경기 침체 확률은 65%라고 전문가들은 대답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쳐서 소비자 지출, 기업 투자 등이 약화되고 이는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을 줄이면서 실업률은 연말에 5%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3%가 올해 침체가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다만 이는 작년 10월의 64%보다 다소 낮아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국채 발행이 부채한도 상한인 31조4000억 달러에 도달한 것도 향후 재정의 발목을 잡으면서 경기 둔화를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부채한도에 도달한 지난 19일부터 특별조치를 시행하고 국채 발행도 6월5일까지 중단한다고 고지했습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전제 조건 없이 부채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은 대규모 정부지출 삭감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의회가 부채한도 상향을 지연 처리하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오는 26일에는 미국의 작년 4분기 성장률이 발표됩니다. 미국의 성장률은 작년 1분기 -1.6%, 2분기 -0.6%로 역성장한 후에 3분기 3.2%로 반등했는데, 일단은 경기 둔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률을 실시간을 추정하는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GDP(국내총생산) 나우’에 따르면 4분기 성장률은 3.5%로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2.6% 내외입니다. 다만 예상치를 벗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실제 발표를 주목해야 합니다.
한편 이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주당순이익이 2.32달러로 시장 정보 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전망 2.29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다만 매출은 527억5000만 달러로 월가 전망 529억4000만 달러에 못 미쳤습니다. 그러나 장중에 0.2% 떨어졌던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 때 4% 넘게 급등했습니다.
◇ 연준의 속도 조절
이달 31일 시작되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 고위 인사들은 통화정책에 대해 공개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블랙아웃 기간은 1월21일부터 2월2일까지입니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5%를 기록하면서 작년 6월 9.1%까지 올랐던 인플레이션이 피크(정점)을 찍고 상승 속도를 줄여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 이후 지난달 빅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를 줄인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이번에는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본격적인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다수입니다.
연준 고위 인사들도 블랙아웃 기간 전에 베이비 스텝을 선호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연준 내 매파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지난 20일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통화정책으로 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한 금리 인상을 한 후 상승 속도를 늦출 때라는 것이 적절하지만, 멈출 때는 아니다”며 “이달 말에 있을 다음 FOMC 회의에서 25bp(bp=0.01%포인트) 인상을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월러 이사는 지난해 봄 연준이 제로 금리에서 인상을 시작했을 때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맞았지만 금리가 75bp씩 인상되면서 12월에는 금리 목표가 전례 없이 상승해 약간 제약적이라고 생각하면서 50bp로 인상폭을 줄이는 것을 지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는 12월에도 인플레이션이 완화됐음을 보여줬다”며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도 20일 한 연설에서 올해 안에 정책금리를 수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 번에 0.75%포인트 씩 올리던 시기는 확실히 지났으며 앞으로는 회당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19일 시카고 부스경영대학원 연설에서 구체적인 인상 폭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목표(2%) 도달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질 때까지 금리도 제약적인 수준에서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경제는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FOMC는 빠른 속도로 정책을 제약적 영역으로 움직인 후 최근 금리인상 속도를 늦췄다”며 “금리를 충분히 제약적 수준에 가깝게 이동함에 따라 더 많은 지표를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연 4.25~4.5%인 기준금리는 이번에 25bp 인상을 하면 연 4.5~4.75%가 됩니다. 12월 FOMC 후 나온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기준금리를 연 5~5.25%(평균적으로 연 5.1%)까지 올릴 것으로 신호를 줬습니다. 앞으로 25bp씩 2번이나 50bp 한 번의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경제 상황에 따라 이는 바뀔 수 있습니다.
다만 매파 중에서 가장 강성으로 알려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이번 FOMC에서 50bp 인상을 선호한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불러드 총재는 간접적이지만 기준금리를 연 7%까지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다음 번 FOMC에서 베이비 스텝을 할 확률은 98%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3월 FOMC에서는 베이비 스텝 확률이 80%를 넘어서고 있고, 동결 확률도 14% 쯤 되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앞으로 연준의 베이비 스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새 투자 스타의 탄생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켄 그리핀이 세운 헤지펀드 시타델이 작년에 160억 달러(약 19조7600억 원)의 이익을 내면서 헤지펀드 업계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헤지펀드의 펀드인 LCH인베스트먼트의 집계에 따르면, 시타델은 작년에 고객에게 160억 달러의 이익을 돌려줬습니다. 시타델의 운용 규모는 540억 달러쯤 됩니다. 시타델이 운영하는 대표 헤지펀드인 웰링턴 펀드는 작년에 38.1%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켄 그리핀이 벌어들인 이익 규모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에 베팅하면서 156억 달러의 이익을 낸 헤지펀드 투자자 존 폴슨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시타델은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레이 달리오가 창업한 브리지워터의 성적(62억 달러)도 넘어섰습니다.
LCH 인베스트먼트는 2010년부터 자료를 내고 있는데, 첫 해에는 조지 소로스의 펀드가 1등을 차지했고 그 다음엔 레이 달리오의 브리지워터가 7년간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약세장에서 켄 그리핀이라는 새로운 투자 스타가 두각을 나타낸 것입니다.
올해 54살인 켄 그리핀은 1990년 시타델을 창업했으며, 현재도 지분 80%를 갖고 있으면서 최고경영자(CEO)도 맡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개인 재산이 작년에 272억 달러로 미국 갑부 중 53위를 차지했습니다.
작년에 S&P500이 19.4% 하락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38.5%) 이후 최악의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주식 투자만 했다면 그리핀과 같은 수익률을 낼 수는 없었습니다.
켄 그리핀이 운영하는 헤지펀드는 ‘매크로 헤지펀드’로 분류됩니다. 거시 변수 예측을 토대로 채권과 외환에 투자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그리핀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 통화당국의 후행적인 정책 대응, 매파적 정책 기조 강화 등의 거시 금융환경을 정확히 예상하고 그에 베팅해서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작년에 시타델과 같은 유형의 매크로 헤지펀드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헤지펀드 리서치 업체인 HFR(헤지펀드리서치)이 500대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평균 -4.25%를 기록한 가운데 매크로 헤지펀드는 9.31%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매크로 헤지펀드 가운데에서 시타델 외에도 디 이 쇼가 24.7%, 밀레니엄 매니지먼트가 12.4%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주식을 주로 하는 헤지펀드의 경우 -10.37%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코인 투자를 주로 한 헤지펀드는 무려 -55.08%의 수익률을 나타냈습니다.
LCH인베스트먼트가 20대 헤지펀드만 따로 집계해 봤더니, 작년에 224억 달러의 이익을 냈습니다. 이들은 평균 3.4%의 수익률을 기록해서 상대적으로 선방했습니다. 하지만 20대 헤지펀드들이 2019년 593억 달러, 2020년 635억 달러, 2021년 654억 달러 등을 번 것과 비교하면 작년이 얼마나 어려웠던 해인지 알 수 있습니다.
헤지펀드의 투자 전략을 개인 투자자들이 따라 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전략을 짜면 주식, 채권이 모두 약세장을 보일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연초에 월가 증시 분위기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향후 실적 악화와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들을 잘 챙기면서 투자 전략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둘째, 미 연준이 베이비 스텝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긴축의 끝이 언제일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작년 주식과 채권 모두 약세장을 경험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린 헤지펀드들이 있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전략을 따라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장세일 때도 빠져나갈 길은 있다는 걸 알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