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302조 2314억원의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고 31일 확정 공시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3조 3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4분기 반도체 영업익 전년 대비 97% 급락
삼성전자는 이날 4분기 확정 실적과 각 사업부별 실적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매출 70조 4600억원, 영업이익 4조 3100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69% 떨어진 수치다. 앞서 증권가가 예상한 5조원대 영업이익보다 낮은 ‘어닝 쇼크’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절벽으로 촉발된 ‘반도체 혹한’이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주며 연간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4분기 DS(반도체) 부문 매출은 20조 700억원, 영업이익은 2700억원이었다. 지난해 동기(8조 8400억원) 대비 97% 급락했다. 이는 2009년 1분기 DS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다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삼성 반도체는 연간 매출 98조 4600억원을 기록하며 기준 글로벌 1위를 지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해 3분기부터 분기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했지만, 연간(약 94조원)으로는 여전히 삼성전자보다 4조원 가량 낮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오늘 10시에 진행될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감산 관련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투자 축소와 감산을 발표한 SK하이닉스와 달리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증권가 일각에선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역대 최악의 침체에 직면한 만큼,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혹한이 올 상반기까지 지속되면서, 올 1~2분기에는 삼성전자 DS 부문이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한다면 수요 절벽 완화 시점이 빨라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시점도 예상보다 빨리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 적자전환…스마트폰도 부진
그 동안 삼성전자의 실적을 든든하게 받쳐주던 스마트폰·가전 사업도 큰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특히 가전 부분은 4분기에 매출 15조 580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6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1분기 이후 첫 적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하락, 재료비·물류비 상승 등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네트워크 부문은 지난 4분기에 매출 26조 9000억원, 영업이익 1조 7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11조 3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원 가량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