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상승세라고 하니 다시 주식을 사야 하나 지켜보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주가가 뛰어버려 망설여지네요”

직장인 김모(36)씨는 지난달 설날 회사에서 받은 떡값(상여금)을 주식 계좌에 옮겨뒀지만 아직 아무 종목도 사지 않았다. 작년에 30% 손실을 감수하고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한 후 투자에 더욱 신중해진 것이다. 지난해 하락장 이후 연초에 ‘깜짝 상승세’가 펼쳐졌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에 베팅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상승장에도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들

증시가 연초부터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한편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거꾸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에 몰렸다. 지난 3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조8413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들은 6조3743억원을 순매도했다.

1월 한 달 동안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증권파생상품은 코스피 200 지수를 반대로 2배 추종하는 ‘곱버스 상품’인 KODEX(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ETF(7108억원 순매수)였다. 같은 기간 개별 종목 개인 순매수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1628억원 순매수)의 4배를 넘는 수치다.

이런 추세는 2월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개인들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여전히 코덱스 200 선물인버스 2X였는데, 순매수 대금이 1185억원으로 같은 기간 개별 종목 순매수 1위인 LG생활건강(1082억원)보다 컸다. 개인들은 지난주 TIGER 200 선물인버스 2X(40억원), KBSTAR 200 선물인버스 2X(9963만원), KOSEF 200 선물인버스 2X(7498만원) 등 코스피 곱버스 상품 5개 중 4개를 순매수했다.

◇증시 대기 자금은 증가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상승세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투자자 예탁금은 51조521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6일(51조7942억원)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나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돈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020년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난 뒤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으나 지난해 10월에는 월평균 기준 50조원 선이 붕괴됐다. 지난달 초에는 43조원대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연초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818조4366억원) 대비 6조1866억원 줄었다. 5%대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3%대로 추락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주식시장으로 돈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6일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망설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1.70% 하락한 2438.19, 코스닥지수는 0.71% 하락한 761.33에 마감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연초 코스피기준 10% 상승하면서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현재는 수출 증가율 둔화의 영향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갈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선 코스피 전망치 상향 조정 나와

증권가에서는 향후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와 실적 전망 상향이 필요한데 두 가지 모두 쉽지 않다”며 “금리 인하 기대는 정점을 통과했고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시즌 동안 올해 1분기와 연간 실적 전망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소한 경기·실적 저점이 가시화되거나 기초 여건 불안을 충분히 반영한 지수대로 내려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6일 올해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기존 2000~2650에서 2200~2800으로 상향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하반기를 향해 갈수록 각국의 경기 부양책과 통화 긴축 불확실성 해소로 지수 레벨은 점차 높아질 전망”이라며 “지수 궤적은 기존과 다름없이 상저하고(1분기 저점·4분기 고점)를 예상한다, 추후 시장 안정화와 주가 상승 추세 복귀를 염두에 두고 주식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