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기성세대 간 갈등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굳이 세대를 구분해 갈등을 야기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퇴직연금에 있어서는 세대 구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퇴직연금에서는 ‘사회초년생’과 ‘임금피크를 앞둔 세대’로 구분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회초년생은 확정급여형(DB)을, 임금피크를 앞둔 세대는 확정기여형(DC)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DB형은 퇴직할 때 정해진 퇴직금을 받는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퇴직금을 운용해 불려나가는 방식이다.
보통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연초에 근로자에게 퇴직연금 제도 변경 신청을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금 시기에 퇴직연금 운용 방식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청년층은 DB형, 장년층은 DC형 고려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A씨, 회사의 퇴직연금제도 DB와 DC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이다. DB형은 근로 연수에 퇴직 전 3개월간 월 평균임금을 곱해 결정한다. 결국 퇴직 전 3개월간 임금이 퇴직금 규모를 결정짓는다. 따라서 승진 기회가 많고, 임금상승률이 높으며, 앞으로 일할 기간이 긴 사회초년생의 경우에는 DB형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30세에 입사한 후 현재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둔 B(55)씨는 사정이 다르다. 그는 월 평균 500만원 급여를 받는 DB형 퇴직연금 가입자다. B씨는 정년 연장으로 60세까지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근무할 예정이다.
만약 B씨가 퇴직연금을 계속 DB형으로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연장 정년에 가까워질수록 평균 임금이 줄어 퇴직금 규모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B씨가 임금피크에 들어가지 않고 기존 정년인 55세에 퇴직하면, 퇴직금은 월 평균 임금인 500만원에 근속 기간 25년을 곱한 1억2500만원이다. 그런데 임금피크를 적용받으면서 60세까지 5년을 더 일할 때 퇴직금은, 월 평균 임금 250만원(60세, 임금 50% 삭감 가정)에 근속 기간 30년을 곱한 7500만원에 불과하다. 5년을 더 일했는데도 퇴직금 5000만원을 손해 본 셈이다.
물론 임금피크제에 들어가기 전에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서 근로자가 손해 보지 않도록 배려하는 회사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있으므로 근로자 본인이 어떤 방식의 퇴직금이 유리한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또 임금피크제가 아니더라도 장년층이 되면 커리어상 자신의 급여가 가장 높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DC형으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
◇DC형에서 DB형으로 전환은 불가능
모든 회사의 근로자가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두 제도를 모두 도입한 회사여야 하고, 회사의 퇴직연금규약에 제도 전환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어야 하며, 전환 규정이 있어도 전환 시기가 회사마다 달라 회사별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통상적으론 연 1회 혹은 분기 1회 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내가 일하는 회사의 퇴직연금규약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DB형으로 퇴직연금을 가입하던 C씨, 직접 운용에 자신이 있어 DC형으로 전환을 했다. 그런데 주식시장 하락 등으로 운용수익률이 좋지 않자, 다시 DB형으로 전환을 하고 싶어졌다. 가능할까?
답은 ‘아니요’다. DC형 적립금을 DB형으로 이전하는 것은 개인의 운용 성과를 기업에 전가시키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DC형으로의 전환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DC형으로 전환하면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와 같은 법정 사유에 해당될 경우 중도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DC 전환을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해 말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이 5만5000명에 이르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54.5%가 주택 구입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우에도 DC형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다시 DB형으로 복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연간 DC형 전환은 10만건, 수익률은 2%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사례는 약 10만건이다. 수년 전부터 개인이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최근에는 주식시장이 약세장에 들면서 시장 상승기를 노리며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려는 근로자들도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DC형 수익률은 2.49%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통상임금상승률이 5.3%다. 이를 감안하면 수익률은 저조하다.
근로자 상황이나 연령에 따라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MZ세대로 묶이는 사회초년생들은 자신의 몸값인 연봉을 올리는 게 퇴직금 규모와 연결되므로 DB형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