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싱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
4년 전인 지난 2019년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6% 보유한 3대 주주 KB자산운용이 이수만 당시 총괄 프로듀서를 위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자 SM 측은 이런 답을 내놓고 거부했다. 하지만, 철옹성처럼 이 전 총괄을 보호하던 SM 경영진은 지난해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부터다. 이후 이 전 총괄과 SM 경영진 등이 복잡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행동주의펀드가 던진 돌팔매
SM의 지배 구조는 수년째 논란거리였다. 이 전 총괄이 SM과 별개로 설립한 ‘라이크 기획’이라는 개인회사가 문제 중의 하나였다. 이 업체는 SM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과 SM이 제작한 음반의 자문 및 프로듀싱 업무를 하는 일종의 하청 업체인데, SM으로부터 거액의 인세를 받아왔다. 작년 상반기 SM이 라이크 기획에 지급한 금액은 114억원이다. 같은 기간 SM 영업이익(386억원)의 30%에 해당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작년 2월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SM 측은 묵묵부답이었지만, 한 달 뒤 열린 주주총회에서 얼라인이 추천한 감사가 임명되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얼라인의 공세가 이어졌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SM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 대표이사가 모두 이수만과 연이 깊은 등 경영진이 ‘이수만 사람들’로 꽉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 전 총괄의 처조카이고, 탁 대표는 2001년 SM 공채 매니저 출신으로 이 전 총괄과 20년 이상 함께해 온 인물이다.
그러나, 반전이 벌어졌다. SM 경영진은 지난해 10월 라이크 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을 조기 종료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이수만 없는 ‘SM 3.0′ 체제를 공개했다.
◇카카오에 이어 하이브 등장 ‘점입가경’
지난 7일 카카오가 SM의 2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공시가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였다. 카카오는 이날 123만주 규모 신주와 전환사채 114만주를 인수하면서 SM 전체 지분의 9.05%(약 2171억5200만원)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 전 총괄 측은 반발했다.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아 위법하다”며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 금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응해 얼라인은 라이크 기획의 로열티 문제를 폭로했다. SM이 지난해 라이크 기획과 계약을 종료했지만 기존 발매된 음반 음원 수익에 대해 2092년까지 로열티 6%, 2025년 말까지는 매니지먼트 수익에 대해서도 로열티 3%를 수취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얼라인은 “이 약정대로 갈 때 첫 3년간 이 전 프로듀서는 400억원 이상, 향후 10년간은 500억원 이상 로열티를 챙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이브 “이수만 경영 복귀 없을 것”
이런 가운데 10일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지분 가운데 80%를 인수하면서 ‘백기사(우호지분 세력)’의 등장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이브 측은 “SM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향한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날 하이브의 우호적인 입장 표명으로 일각에서는 이 전 총괄이 다시 SM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하이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지분 인수 매각 조건은 ‘이수만의 경영 비참여’와 ‘라이크 기획을 통해 맺었던 70년 기한의 로열티 계약 청산’ ‘이수만과 관계된 자회사 일부 정리’ 등” 이라며 “앞으로 이 전 총괄의 영향력 행사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수만 없는 SM’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수만과 SM은 떼어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