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이 받는 고통은 급증한 이자 부담만이 아니다. 급전이 필요해도 아예 돈 빌릴 곳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서민 급전 창구’로 통하는 저축은행·캐피털 등 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은 취약 계층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추세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대부업체 등의 조달 금리가 연 10%대로 치솟았지만 법정 최고 금리는 2021년 7월부터 연 20%로 낮아진 상태로 유지돼 대출해도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부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상위 대부업체 69곳 중 13곳(19%)이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이 업체들의 연말 신규 대출액도 작년 연초 대비 80%나 급감했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저신용자인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부터 줄이고 있다.
돈 빌릴 곳이 없어진 취약 계층은 제도권 밖의 더 가혹한 대출 조건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이 서민 이자 부담을 줄이려 법정 최고 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내린 조치가 금리 인상기에 되레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역설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2021년 최고 금리 인하 이후 대부 이용자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7월 법정 최고 금리를 내린 이후 1년간 최대 3만8000명이 대부 대출 시장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났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불법 사채 이자율은 평균 연 414%다. 이자를 1년으로 환산하면 원금의 4배 이상을 이자로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온라인에선 소액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대상으로 3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만원을 갚게 하는 ‘30·50 대출’이 성행한다. 연 이자율이 3400%가 넘는다.
금융위원회는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일을 막기 위해 현재 연 20%인 법정 최고 금리를 최고 연 27.9%로 올리려 했지만, 국회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대부업법이 규정한 법정 최고 금리를 조정하려면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선 “고금리 상황에서 최고 금리를 올리는 논의를 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