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초 1기신도시를 포함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계획의 이주대책으로 ‘모듈러주택’을 언급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모듈러주택은 주택 자재와 부품 70~80%를 사전 제작 후 레고 블럭을 조립하듯 만든다. 이에 따라 공기가 짧고, 대규모 이주시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 대형건설사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모듈러주택 건설 기술을 보유 중이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1기신도시 등의 거주자 중 모듈러주택으로 옮겨갈 수요가 어느 정도일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별도의 공급책인 만큼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막는데도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통학, 통근 등을 비롯한 편의성 측면을 고려해보면, 실제 모듈러주택에 이주하려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정부는 전월세 등 일반 이주로 소화되지 않는 물량에 한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세종 6-3생활권 (UR-1,2BL) 모듈러 주택’ 투시도./포스코건설

14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주대책으로 ‘모듈러주택’을 언급했다. ‘이주대책사업시행자’를 지정,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순환형 주택을 공급으로, 모듈형주택의 활용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모듈러주택은 사전 공장 제작, 모듈 설치·조립 등의 방식으로 기존 건설방식 대비 평균 20∼30% 공기단축이 가능하다. 기존 철근콘크리트방식 대비 탄소배출량과 폐기물도 줄어들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다만 공사비가 기존보다 30% 가까이 비싸다.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신도시의 경우 총 30만가구로, 1992~1996년 사이에 대부분 공급이 이뤄져 일시에 재건축 시기가 도래한다. 정부는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이주대책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토부 도시정비산업과 관계자는 “정식으로 아파트를 지어 이주대책을 수립할 수도 있겠지만 모듈러주택이 시공속도도 빠르고 활용도가 높다”면서 “내년 기본계획을 발표할 때 구체적인 공급안을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이주대책사업시행자’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비롯한 지방공사를 검토하고 있다. 신도시 재건축으로 인해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야 하는 만큼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LH, SH 등이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시공은 모듈러주택 기술을 확보한 일반 대형건설사가 소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LH의 경우 이미 상당한 규모의 모듈러주택 사업을 진행해 왔다. LH는 자체 건설과 국토부 실증, 위탁 사업 등을 통해 지금까지 총 7개 지구에서 918가구의 모듈러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세종 6-3통합공공임대주택사업은 행복주택 416가구로 구성된 국내 최고 규모의 모듈러주택이다. 포스코건설의 자회사 포스코A&C가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올해는 의왕초평 A-4BL(381가구) 등 2곳에서 800호 이상의 모듈러주택 건설을 목표로 두고 있다. 포스코건설 외에 GS건설과 삼성물산 등의 대형건설사들도 국내외에서 모듈러주택 건설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1기신도시 이주대책으로 모듈러주택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통상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이주단지를 조성하는 경우가 전무했던 만큼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더군다나 자녀의 통학이나 출퇴근 등에서 편의상 차질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별도의 이주단지로 옮겨올 거주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국토부는 일반적인 이주 형태인 전월세에 전세·이주자금 대출 혜택을 지원하고, 부족한 공급에 대해 모듈러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모듈러주택의 최고 층수는 12층으로 1기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대규모가 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대부분이 사업 진행기간 동안 인근 단지로 이동해 있기를 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