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의 교촌치킨 한양대점에서는 치킨 튀김기 앞에 서있는 로봇 팔을 볼 수 있다. 로봇 제조기업인 뉴로메카가 만든 ‘협동 로봇(사람과 한 공간에서 일하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교촌치킨 조리 방식대로 치킨을 2번에 나눠 튀기고 기름을 제거한다. 사람이 튀기는 것과 맛은 똑같은데 한 달 대여 비용은 100만원으로 주방 인력 인건비의 3분의 1 수준이다. 교촌 치킨은 앞으로 전 가맹점을 대상으로 로봇 도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기술이 일상생활로 깊이 침투하면서 로봇 관련주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뉴로메카는 상장 첫날 ‘따상(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뛰는 것)’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작년 말에는 주가가 공모가(1만6900원)보다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8일 종가는 3만1900원으로 올 들어 171% 급등했다. 반성수 뉴로메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작년 상장 당시에는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지만 올해는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 소식 등으로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초고령화 사회와 고임금 시대로 접어든 국내 및 해외 선진국에서는 로봇 도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반짝 상승인가 했더니… 로봇株 2달째 ‘훨훨’
1월 한 달간 95% 급등하며 주목받았던 ‘로봇 대장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달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달 초에는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8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7만원 선으로 내려앉았지만 지난 27일 하루 만에 17.8% 급등해 9만2900원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서 올해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오를 것이라는 리포트가 나와서다. 이날 자율주행로봇의 보도 통행을 허가하는 법안이 국회 소위를 통과했다는 소식도 나오면서 뉴로메카, 로보티즈, 로보스타, 유진로봇, 유일로보틱스 등 로봇 기업 주가가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로봇 기업들 주가는 글로벌 긴축 기조로 자금 흐름이 급격히 줄었던 작년에도 좋은 성과를 보여왔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은 28% 하락한 반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포함한 주요 로봇 기업 13곳의 시가총액 합계는 23% 상승했다.
◇'업계 1위’ 두산로보틱스 IPO 전망
국내 1위의 협동 로봇 제조사인 두산로보틱스가 연내 상장(IPO)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450억원으로 국내 1위였고 이 중 북미가 28%, 유럽이 31%를 차지하고 있어 해외 시장을 개척한 몇 안 되는 국내 로봇 기업이다. 올해 매출액 또한 전년 대비 30% 늘어난 5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이 두산로보틱스의 30% 수준인 130억원가량이었지만 현재 시총은 1조7000억원대임을 고려하면 두산로보틱스가 상장할 때 기업 가치는 최소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 측도 1조원 안팎의 기업 가치를 희망하며 공모를 통해 2000억원가량을 조달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50%에 달하는 성장을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했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소식이 알려지자 지분 91%를 보유하고 있는 두산 그룹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달 들어 8만5000원 안팎에 머물던 두산의 주가는 지난 23일 전일 대비 6.4% 오른 9만1100원에 마감했고 27일에도 전일 대비 10% 급등해 10만원을 넘어섰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15일 올해 산업 테마로 로봇을 꼽으면서 “현재 주목받고 있는 협동 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작은 부피로, 높은 효율성과 세분화된 작업을 통해 제조업에만 활용되던 제한이 풀어졌다”며 “여기에 노동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임금 상승, 기술력 고도화에 따른 로봇 가격 하락 등이 더해져 향후 국내 협동 로봇 기업 및 밸류 체인에 속해 있는 부품 기업들의 성장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