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혼자 사는 김모(28)씨는 도시가스 요금을 5일간 나눠 낸다. 서울도시가스 앱으로 4일간 5000원씩 내고 5일째는 잔액을 모두 납부한다. 최대 5회까지 분할 납부가 가능해 5000원 소액 결제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김씨가 쓰는 ‘카카오뱅크 신한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한 횟수가 많을수록 캐시백(cashback) 금액이 늘어난다. 한 달에 최대 70회까지 인정되고 최대 5만원을 돌려받는다. 5000원씩 70회를 사용하면 35만원을 결제하는 것인데 14%나 되는 5만원을 돌려받는다. 카드업계에서는 이 비율이 5%만 돼도 ‘혜자카드(혜택 좋은 카드)’라는 소리를 듣는다. 김씨는 “캐시백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2030세대에서는 이런 카드 재테크가 퍼지고 있다. 신용카드 혜택을 모아서 한 푼이라도 절약하겠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혜자카드들이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김씨와 같은 소액 결제 노하우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액이라도 할인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런 노하우를 ‘소액 결제 신공(神功)’이라고 하기도 할 정도다. 소액 결제 카드는 연회비가 1만원대로 저렴하고, 결제 시마다 즉시 할인되는 특징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번거롭지만 한 번에 몇 백원씩이라도 할인받겠다는 것이다.

◇짭모아, 짭짭모아, 덜모아 아세요?

김씨가 쓰는 ‘카카오뱅크 신한카드’는 2030세대에서 ‘짭모아’ 카드로 불린다. 2021년 말 단종된 ‘신한 더모아 카드’에는 혜택이 못 미치지만 유사품(짝퉁)은 된다는 뜻이다. 더모아 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 시 1000원 미만 잔돈은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로 돌려줬다.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만 맞추면 금액과 횟수에 제한도 없었다. 호주머니에 100원짜리 동전을 들고 다니며, 8000원짜리 백반을 먹고 7900원만 결제해 900원을 돌려받는 식의 ‘짠테크(짜다+재테크)’가 유행했다. 주유소에서 5900원어치만 넣는 방법도 인기였다. 캐시백을 최대한 받으면 결제액의 16%를 넘게 돌려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전설적인 혜자카드로 통한다. 그러다 보니 수익성 악화로 출시 1년여 만에 단종됐다.

더모아 카드 ‘막차’를 타지 못한 카드 이용자들에게 ‘짭모아’ 카드가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더모아 카드를 쓸 때 결제액 끝자리를 최대한 999원에 가깝게 맞춰 혜택을 늘렸다면, 짭모아 카드는 결제 건수를 잘게 쪼개는 게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김씨처럼 도시가스 요금이나 통신 요금을 며칠에 걸쳐 나눠 결제하는 방법이 자주 쓰인다. 가맹점당 하루 1건만 횟수를 쳐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보험료 같은 고정 지출 항목도 며칠에 걸쳐 나눠 내서 결제 횟수를 늘린다. 교통카드 충전앱 ‘댐댐’에서 매일 5000원씩 충전하는 방법도 있다.

최대 70회 결제 시 최대 2만원을 돌려주는 ‘카카오페이 신한 콘 체크카드’는 짭모아 카드(카카오뱅크 신한카드)와 유사하다고 해서 ‘짭짭모아’ 카드로 불린다.

신한카드가 더모아 카드 후속으로 작년 3월 출시한 ‘이츠모아’ 카드는 혜택이 더모아만 못하다고 해서 ‘덜모아’ 카드로 불린다. 1000원 미만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것은 같지만, 월 최대 3만점(전월 실적 120만원)으로 적립 한도를 제한했다.

◇불황 궁여지책은 카드 혜택 극대화

오프라인 결제에서는 카드를 섞어서 결제하는 방법도 널리 쓰인다. 예를 들어 1만900원을 먼저 짭모아 카드로 5000원을 결제(700원 할인)하고, 더모아 카드로 나머지 5900원을 결제(900원 할인)하면, 결제 금액의 약 15%인 1600원을 할인받는 효과가 있다.

‘BC 시발카드’는 특정 가맹처(택시, 커피전문점, 배달앱, 편의점 등)에서 1800원 이상~1만8000원 미만 이용 시 180원(월 50회), 18만원 이상 이용 시 1800원(월 10회)을 할인해준다.

체크카드 중에서는 ‘우리 010PAY 카드’가 결제 건마다 0.2~10%를 무작위 적립해주는 ‘결제행운상자’를 지급해, 소액으로 자주 결제하는 이용자들이 많이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