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자산을 준비용으로 대표적인 금융 상품은 예금과 주식, 채권 등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리 인상이 막바지라는 전망 때문에 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미국과 유럽의 은행 위기로 주식과 채권 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주식에 분산해 투자 수익을 도모할 수 있겠으나, 전 세계 주식이 일제히 떨어지면 위험 분산이 어렵다. 다른 투자 대안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실물 자산은 금
전통적 안전 자산인 금(金)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주기적으로 불거질 때마다 안전한 도피처로 떠오른다. 물가가 상승해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데 대비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외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엔 ①한국거래소(KRX) 금 시장 매매 ②은행 거래 ③펀드 등이 있다. 세금이나 수수료에서 각 방법은 차이가 있다.
한국거래소 금 시장은 국내 유일한 장내 금 현물 거래 시장이다. 금 시장의 회원 증권사를 통해 계좌를 만들고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거래 단위는 1g이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실시간 가격인 공정 가격으로 매매하고, 차익에 대한 세금은 없다. 실물 인출은 1kg 단위로만 가능하다. 이때는 거래 가격의 10%가 부가가치세로 붙는다.
은행에서는 금 통장(골드뱅킹)과 골드바로 투자할 수 있다. 원화로 환산된 국제 금 가격을 적용한 고시 가격이 매매 기준이다. 금 통장은 실물 인수 없이 자유롭게 금에 투자할 수 있는 수시 입출금식 상품이다. 거래 단위는 0.01g이다. 예금자 보호는 되지 않는다. 매매 차익의 15.4%를 원천 징수하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금 통장을 해지할 때는 계좌 거래는 현금으로, 실물 거래는 금으로 찾아간다. 실물 거래엔 수수료와 부가가치세가 발생한다.
골드바는 실물을 매입하는 시점의 매입 가격을 기준으로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매매 차익은 비과세다. 매입한 은행의 금에 한해 매입 은행에 매도할 수 있다.
금 관련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파생결합증권(DLS) 등을 이용해 금에 간접 투자할 수도 있다. 국제 금 가격 지수를 추종하거나 금 관련 주식에 투자한다. 수수료와 보수 등 비용이 발생하고 매매 차익에는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위기 때마다 상승하는 달러 주목
글로벌 금융 위기 국면에서는 국내 주가, 채권 가격, 부동산 가격 등이 모두 떨어지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하락해 국내 자산 전반이 약세를 보인다. 달러는 전 세계 통화 가운데 가장 안전하다고 인정받는 기축통화다. 그래서 위기 때마다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이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 등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위기에 원·달러 환율은 여지없이 급등했다. 작년 10월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 선을 넘어섰다.
국내 다양한 자산을 분산해 보유하더라도 모든 자산이 원화로 이뤄졌다면 위험 관리에 한계가 있다. 달러에 분산 투자하면 위기일 때 전반적 자산 가치 하락을 부분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외국 여행이나 유학 자금용으로도 비축할 수 있다.
달러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달러 예금, 원화 환전 후 달러 현물 보유, 달러 표시 채권·주식·펀드·ETF 투자 등이 있다. 달러 예금은 달러로 예금에 가입하거나, 원화로 달러를 매입해 예치할 수 있다. 외화를 환전할 때는 환전 수수료(달러 기준 1.75% 정도)도 고려해야 한다. 환전 금액에 제한은 없다. 하지만 1만달러를 초과할 경우 국세청 통보 대상이 된다.
금이나 달러는 대체 투자 자산인 만큼, 거액을 일시에 투자하기보다는 전체 자산의 일부를 분산 투자하는 편이 적절하다. 또 제반 비용과 세금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수단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자산 가치를 보존하는 수단 중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액 보험 TDF, 생애 주기 고려한 자산 배분
개인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주식이나 채권, 실물 자산에 직접 분산 투자하고 주기적으로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일은 어려운 작업이다. 은퇴 자산을 준비할 때 장기적으로는 변액 보험 자산 배분 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적절한 대안이다.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자산 배분 펀드 중에서도 타깃데이트펀드(TDF)는 생애 주기를 감안해 자산을 배분하고 조정한다. 목표 시점(은퇴 시기)이 멀수록 공격적으로, 가까워질수록 안정적으로 펀드가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게 특징이다.
상품명에 있는 숫자는 은퇴 시기이다. 예를 들어 예상 은퇴 연도가 2030년이면 2030으로 끝나는 TDF를, 2045년이면 2045로 끝나는 TDF를 선택하면 된다. TDF의 자산 배분 현황은 각 금융기관 공시실 내 펀드 운용 보고서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