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가 100만원으로 국내 신용카드 중 최고 수준인 현대카드 아멕스 플래티넘이 지난 3월부터 ‘발급 대란’을 겪고 있습니다. 발급 신청이 몰리자 현대카드는 최근 홈페이지에 “신청이 많아 카드 제작에 2주가 걸린다”고 공지했습니다.
‘현아플’이라는 줄인 말로 불리는 이 카드는 당초 연소득이 1억6000만원 이상은 돼야 신청이 가능하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카드 발급 신청이 많지 않았죠. 그런데 지난 3월부터 발급 기준이 연소득 8000만원으로 낮아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발급 신청이 폭주한 겁니다.
취재해보니 현아플 발급 기준이 완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올해 1~2월 빡빡하게 발급했던 현아플을 3월부터 느슨하게 심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카드는 ‘공항 및 제휴 호텔 발렛 서비스’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호텔 무료 조식과 늦은 체크아웃’ ‘가능할 경우 객실 업그레이드’ 등의 혜택을 줍니다. 주로 해외여행이나 호캉스(호텔 바캉스)를 즐기는 젊은 세대에서 일종의 ‘명품’처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카드는 발급받는 것만큼이나 유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연간 실적 3600만원을 채워야 하죠. 한 달에 카드로 300만원 이상을 긁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이 카드를 다음 해에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실적을 채우는 방법이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일명 ‘선풍기 돌리기’입니다. 상품권과 선풍기의 초성 ‘ㅅㅍㄱ’이 같아 은밀하게 상품권 거래를 부르기 위해 이런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카드로 상품권을 결제한 후 되팔아 현금을 챙기는 방법입니다. 이때 수수료로 상품권 액면가의 4~7%를 떼이죠. 월 100만원씩 선풍기를 돌린다면, 카드 실적을 유지하려고 연간 48만~84만원을 더 내는 셈입니다. “소비수준을 맞추지도 못하면서 프리미엄 카드를 유지하느라 궁상맞은 방법을 쓰는 촌극”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현아플 발급 신청자 상당수는 “멋있어 보여서” 쓰려고 한다고 합니다. 명품으로 포장해 소비자의 허영심을 자극한 카드사의 마케팅은 성공했을 수 있지만, 상품권 깡이라는 편법까지 동원하는 고객들을 보면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