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현대자동차의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 등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치솟고 있다. 1분기 어닝 쇼크(실적 저하 충격)를 맞은 삼성전자 대신 현대차가 ‘실적 왕(王)’ 자리를 꿰차자, 그와 관련한 부품주들이 일종의 ‘낙수 효과’를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금투업계에선 “최근 과열 논란을 빚은 2차전지 종목의 대안으로, 실적이 받쳐주는 자동차 관련주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소속의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위아의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14% 상승했다. 차량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현대오토에버는 11%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의 약 3배 수준이다. 현대차에 섀시(차량의 뼈대)와 발광다이오드를 각각 납품하는 화신(19%)과 에스엘(16%)도 주가가 급등하는 중이다.

◇ 현대차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들 주가 치솟아

최근 자동차 부품주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이 ‘국내 1위’를 달성할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3곳 이상 증권사 추정 평균)는 2조8587억원으로 집계된다. 컨센서스가 있는 상장사 237곳 중 1위다. 지난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영업이익(6000억원)의 4배를 넘는다. 1분기 영업이익 2등도 기아(컨센서스 2조2937억원)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현대차그룹의 양대 회사가 나란히 ‘투 톱’이 되는 것이다.

작년 1분기만 해도 현대차의 영업이익(약 2조원)은 삼성전자(14조12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런데 이후 반도체 시장 불황 여파로 삼성전자는 타격을 받은 반면, 현대차는 ‘강달러’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달러가 원화 대비 강세를 띠면, 미국 등 현지에서 수출되는 국산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올해 1분기 38만2000여 대를 팔아 역대 1분기 중 최다 판매 실적을 거뒀다.

‘완성차’가 웃자 ‘부품사’도 잔치를 벌였다. 컨센서스가 있는 자동차 부품사 8곳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총 1조632억원인데, 이는 작년 동기(6850억원) 대비 55%나 오른 것이다. 전체 상장사 237곳의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49% 줄어 오히려 반 토막이 난 것과 대비된다. 특히 전기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한온시스템은 작년 1분기 대비 영업이익 예상액이 136%나 늘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완성차에서 큰 부품사, 작은 부품사로 호실적이 연쇄적으로 전달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환율 변수 유의해야”

자동차 부품주의 향후 주가 전망도 양호한 편이다. 특히 지난 11일 현대차그룹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부품주의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부품주의 실적 개선은 하반기에 더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부품주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달러당 1300원대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는 등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 그만큼 현지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완성차 기업들의 실적이 한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문수 연구원은 “부품사의 실적과 주가는 장기적으로 완성차 기업을 따라간다는 점을 유념하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