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는 최근 본지를 비롯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번 주가 폭락으로 거액을 잃었기 때문에 가해자로 분류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취지다. 본인은 계속 주식을 사들였을 뿐 팔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선 “라씨의 핵심 혐의는 ‘주가 폭락’이 아니라, 그 전의 ‘인위적 주가 부양’인데, 논점을 흐리며 가짜 피해자 행세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라씨는 본지 통화에서 “나도 이번 주가 폭락으로 많은 돈을 잃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며칠 전까지 300억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150억원 넘게 손실이 나서 벼락거지가 됐다”고도 했다. 본인부터 450억원 넘게 피해를 봤기 때문에 자신을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금투업계 전문가들은 “라씨의 손실 여부와 관련 없이, 불법 ‘통정(通情) 매매’ 방식으로 주가를 올린 것 자체가 주가조작이자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통정 매매란 어떤 세력이 서로 짜고 자신들의 계좌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뜻한다. 매수인과 매도인이 각자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통상적 거래와 달리, 미리 약속한 가격에 거래를 일으켜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이다.
라씨가 금융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H투자자문사를 운영한 것 자체도 불법 행위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미등록 투자 자문은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행위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정체가 모호한 회사가 무책임한 자문으로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자문 등록은 꼭 필요한 절차”라며 “이를 어기고 투자 권유를 한 라씨가 떳떳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주장과 달리 라씨는 시세조종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라씨는 2021년 투자자 설명회에서 “실질적으로 제가 (주식 거래) 통제를 하지만 밖에서 봤을 때 제가 통제했다고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제가 지금 그렇게 ‘세팅’을 해놨다”고 말했다. 본인이 금융 당국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고 시세조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씨 일당은 투자자들 명의로 휴대전화 200여 대를 개통한 뒤 모바일로 주식 계좌를 만들어 시세조종에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