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만 해도 연 5%가 넘었던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은 연 3%대 금리가 대세가 된 가운데 시중은행 대표 정기예금 상품 중에선 연 2%대도 등장했다.

◇연 2%대 정기예금 등장

지난 1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전국 19개 은행이 금리를 공시한 39개 상품 중 6개의 기본금리가 연 2%대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이 연 2.6%,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이 연 2.9%였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은 시중 금리가 떨어진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은행들 속사정을 들어 보면 자금 사정에 여유가 생겨서 굳이 금리를 얹어 주면서 예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우선 시장 금리를 보면, 지난 2월 한국은행이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고 금융채 금리 등은 떨어졌다. 금융채 3년물(신용등급 AAA 기준) 금리는 올 1월만 해도 연 4%대였지만, 12일 연 3.751%까지 내려왔다.

이에 더해 작년 금리 인상기에 예금이 은행으로 몰리다 보니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도 떨어졌다. 예대율이 100%면 예금으로 들어온 돈이 모두 대출로 나간다는 뜻인데, 이 숫자가 떨어진다는 건 예금으로 확보한 자금보다 대출로 나간 돈이 적어 자금에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올 1분기(1~3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평균 95.3%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은행들이 일부러 예금 유치를 줄이는 ‘디마케팅’에 나섰다는 말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무리하게 조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은 맞는다”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한해 월평균 16조5000억원 늘었던 은행 정기예금은 올 들어 2월엔 2조4000억원 느는 데 그쳤고 3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3월에 8조8000억원, 4월에 6조4000억원 줄었다.

◇증권사 CMA 금리도 ‘뚝’

시중 금리 하락세로 은행 정기예금 외에도 시장 금리를 반영하는 금융상품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하루만 넣어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었던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이자도 떨어지는 것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금융 상품으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 고객에게 이자처럼 돌려 준다.

미래·한투·NH·KB 등 4개 증권사의 발행어음형 CMA 1년 약정 금리는 지난 3월 4.05~4.3%에서 4월 연 2.95~3.6%로 떨어졌다. 하단이 연 2%대까지 내려간 것이다.

◇4%대 고금리 남은 곳은

은행 예금 금리는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원금 손실을 꺼리는 은행 고객들이 갑자기 주식 등 위험 자산으로 눈을 돌리기는 어렵다. 그런데 한동안 평균 연 3%대를 유지하던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이 은행 예금의 대안으로 따져보기 시작하고 있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3.93%로 집계돼 연 4%가 목전이다. 저축은행 예금 평균금리는 지난 2월 중순 연 4.03%에서 하루 만에 연 3.99%로 떨어진 뒤 줄곧 연 3%대를 유지 중이었다.

최근 예금금리를 올린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등은 정기예금 금리를 각각 최고 연 4.21%, 연 4.2%, 연 4.11%로 주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예금 상품 중 약 절반이 연 4%대다. 한때 저축은행 금리가 시중은행보다도 낮아지며 예금액이 줄자 다시 예금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은행들 중에선 그나마 인터넷전문은행이 현재 기준금리(연 3.5%) 수준의 금리를 주고 있다.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이 연 3.6%,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이 연 3.4% 금리를 주고 있다. 토스뱅크의 경우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이 만기 6개월에 연 3.5%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