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거래소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에 포함되는 종목들을 일부 조정하면서, 새로 편입된 종목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회사 자체의 실적과 무관하게, 주요 지수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거래 물량과 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 달 9일부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금양과 코스모화학이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다. 코스피200 지수는 코스피 상장사 900여 곳 가운데 시가총액과 거래 대금이 큰 기업 200곳을 뽑아 만든 주가 지표다. 일종의 ‘코스피 대형주 모음’인 셈이다. 또 같은 날부터 ‘코스닥 대형주’인 코스닥150 지수에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포스코엠텍 등 8개 종목이 새로 포함된다. 총 10개 종목이 두 지수에 편입되면서, 동원산업과 휴온스 등 기존 10개 종목은 목록에서 제외된다.

/그래픽=양인성

◇배터리 관련주 대거 포함

이번에 새로 포함된 종목 중엔 이른바 ‘2차전지(배터리) 테마주’가 많다. 코스피200 편입주 2곳(금양·코스모화학)이 모두 배터리 관련주로 꼽힌다. 코스닥150 편입주 가운데서도 포스코엠텍, 어반리튬, 미래나노텍 등 3개가 최근 ‘2차전지 주 열풍’을 타고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금양은 원래 발포제 전문업체지만, 이 회사의 박순혁 전 홍보이사가 유튜브 등에서 “배터리주가 저평가됐다”고 주장하며 ‘밧데리(배터리) 아저씨’로 유명해지자 덩달아 급등했다. 올 들어 주가 상승률이 130%에 육박한다.

통상 어떤 기업이 ‘대형주 지수’에 신규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펀드의 자금이 유입돼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엔 900개 이상의 코스피 상장주에 분산 투자하는 ‘코스피 펀드’ 자금만 들어오다가, 추가로 ‘코스피200 펀드’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다.

키움증권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 코스피200에 새로 포함된 두 종목에 유입될 자금은 약 1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코스피150 신규 종목엔 약 600억원이 유입될 것으로 이 증권사는 추산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편입 10종목 중 7종목이 편입 발표 다음날인 지난 19일 주가가 상승했다.

◇공매도발 주가 하락 위험도

이와는 반대로 지수에 편입되면 공매도 때문에 주가 하락이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나중에 사서 갚는 매매 기법으로, 시장에선 공매도 물량이 많아지면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는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 공매도는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편입된 종목들은 이제 ‘공매도 가능주’가 된 셈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가 닥치자 시장 불안을 이유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가, 2021년 거래량이 많은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했다. 시장에선 이를 ‘편입 종목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특히 총 발행 주식 중 대차잔고(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주식)의 비율이 높은 종목의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하는 매매기법인 만큼, 대차 잔고가 클수록 공매도 물량도 많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남아란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고 대차잔고 비율이 상승한 종목은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신규 편입 종목이 발표되자 일각에선 ‘종목 선정 적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코스피200에 편입된 금양은 지난 16일 거래소로부터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이번에 같이 발표된 KRX300(주요 코스피·코스닥 기업 300곳) 신규 종목엔 최근 ‘SG증권발 폭락 사태’의 타깃이 됐던 8종목 가운데 5종목이 포함됐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지수 편입 결정은 시가총액 등 계량적 수치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지수 산정 방식 보완책도 준비하고 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특정 종목이 코스피200 등 지수에 포함된 것은 주가가 그만큼 올랐다는 것이지, 그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개선됐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그 둘을 헷갈리는 ‘착시 효과’에 유의하면서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