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은퇴를 앞둔 김정호(가명)씨는 수도권 외곽에 4층짜리 꼬마빌딩 매수를 고민하다 포기했다. 땅값이 급등하면서 꼬마빌딩 가격은 3년 전보다 2배 이상 오른 반면 치솟은 금리로 불어난 대출이자를 고려하면 남는 임대수익이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꼬마빌딩은 은퇴 후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은퇴 자산가들의 로망이었지만, 바뀐 투자환경에 따라 이제는 투자에 고민이 필요한 때가 됐다.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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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빌딩 투자 인기, 왜?

꼬마빌딩은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으로 거래할 수 있는 일반 건물 중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통상 연면적 3000㎡이하, 5층 내외 규모로 50억원 이내 가격대에서 거래된다.

그동안 꼬마빌딩은 은퇴 후 삶을 착실히 꾸리는 자산가들의 선호가 높았다. 꼬마빌딩은 비교적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다른 부동산에 비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방어하는 기능도 뛰어났다. 꼬마빌딩 가격 상승률은 몇 년간 건축 비용이나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고, 건물 마모가 있어도 잘 관리하면 내용연수보다 훨씬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엔 상속이나 증여 등 절세에도 효과적이었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낼 때 꼬마빌딩 기준가격으로 실거래가격이 아닌 공시가격을 썼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시가격이 실거래 가격보다 훨씬 낮아 과세표준을 낮출 수 있었다. 이에 꼬마빌딩에 투자해 몇 년간 보유한 후 생전 증여를 통해 안정적 임대소득을 얻고 자녀에게 건물을 확보해주는 게 몇 년간 자산가들 사이에선 유행이 됐다.

◇금리 부담, 공실 증가에 인기 뚝

그러나 최근 꼬마빌딩의 거래량과 가격이 떨어지면서 투자 관점도 바뀌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월간 200~300건을 유지하던 서울시 소재 건물 거래량은 작년 7월 194건, 8월 186건, 9월 128건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올 1월엔 51건으로 작년 같은 달 224건 대비 약 23% 수준으로 감소했다.

서울 꼬마빌딩의 3.3㎡당 평균 실거래가(대지면적 기준)는 2019년 5948만원에서 2020년 6529만원, 2021년 7852만원까지 상승하고, 급기야 지난해 9월엔 1억 원을 넘으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올해엔 8000만원 정도까지 하락했다.

가격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가 급등하자 꼬마빌딩 시장도 침체하고 있는 것이다. 꼬마빌딩 같은 상업용 부동산은 매입할 때 다른 부동산 상품보다도 대출 비율이 월등히 높다. 아파트 대출은 담보 대비 40% 혹은 50% 정도가 일반적이지만, 꼬마빌딩은 70%쯤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만큼 대출 이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어 현재 월세 수입만으로 대출 이자를 충당하지 못하는 꼬마빌딩이 많아졌다. 저금리 시기에는 임대수익으로 이자를 감당하면서 부동산 가치 상승을 기다릴 수 있었으나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는 매각 차익 기대감마저 없다면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실률이 높아진 것도 인기가 떨어진 이유다. 임대 수요가 많은 강남권도 사무실 공실이 10% 이상 되는 곳이 생기고 있다.

세법 개정으로 절세 장점도 줄어들었다. 이제는 납세자가 기준시가로 증여세, 상속세 신고를 해도 추후 국세청에서 직접 감정평가를 의뢰해 시가에 근접한 평가액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이렇게 국세청의 감정평가를 거쳐 세금을 매긴 31건을 따져 봤더니 감정가액은 4218억원으로 신고가액(2400억원)보다 훨씬 높았고, 건당 평균 76%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손익과 출구전략 따져야

꼬마빌딩으로 풍요로운 노후를 꿈꿔왔다면 이제는 투자환경 변화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투자 전에 꼬마빌딩 임대수익을 비롯한 투자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투자 비용은 얼마까지 할지, 현재의 임대료 수준은 적정한지, 임대료 상승 여지는 있는지, 임차인과 임차업종은 변경 가능한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지금까지 꼬마빌딩은 임대 수익보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많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임대 수익이 받쳐주지 않으면 시세 차익을 얻기도 힘든 환경이 되었다. 서울 외곽 지역 꼬마빌딩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가치 상승 기대감이 남아 있는 지역도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향후 어떻게 매각할지 출구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빌딩은 환금성이 아파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출구전략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투자환경뿐 아니라 투자 기간이 끝났을 때 해당 건물을 둘러싼 임대차 시장 상황을 보다 보수적으로 평가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분석 기간이 5년이라면 5년 후 해당 물건을 얼마에 팔 수 있고 매각차익 또는 매각차손이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손익으로 인해 투자수익률이 크게 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미 꼬마빌딩을 보유하고 있다면 상속세 등의 재원 마련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법 개정으로 상속∙증여세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