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공화당)과 만나 부채한도 증액 논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현재 최고 수준(AAA)인 미국의 신용 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미국 의회가 승인하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는 이미 지난 1월 다 차버렸지만, 미국 의회와 정부가 한도 상향 합의에 난항을 겪으며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향후 등급을 내릴 수도 있는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부채 한도 상향을 둘러싸고 정치적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신용등급은 AAA를 유지했다.

피치는 다음 달 1일까지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미국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제때 부채를 갚지 못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피치는 2013년에도 미국에서 부채 한도를 둘러싼 정쟁으로 연방정부 폐쇄가 일어나자 미국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편입했다가 5개월 만에 ‘안정적’으로 변경한 바가 있다.

같은 날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윌리엄 포스터 수석 부사장은 로이터 통신에 “여야 의원들이 디폴트가 예상된다고 시사하면 디폴트 전에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내려간다는 건 현재 AAA인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만 포스터 부사장도 “디폴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는 디폴트를 이틀 남겨두고 부채 상한에 합의했지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포함시킨 뒤 4개월 만에 사상 처음으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린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