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 거의 없고 연금은 매달 2만엔씩 받습니다. 지병이 있어서 병원비가 들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도 없어요. 생활이 너무 어렵지만 가까이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은 없네요.”(64세 독거남 가토씨)
일본 잡지 ‘주간 SPA’는 27일 고독과 빈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고령 독거노인의 실태를 파헤쳐 보도했다. 일본은 혼자 사는 60대 고령자가 630만명이 넘는 ‘독거노인 대국’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홀로 사는 남성은 건강·생활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사회와 단절되어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다.
기사의 주인공인 64세 가토씨는 연금과 파트타임 일자리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국가에서 받는 연금은 매달 2만엔(약 19만원)이고, 주 4일 방문 간병일을 해서 월 10만엔(약 95만원)을 별도로 번다. 하지만 월세와 생활비, 약값(축농증·부정맥)을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
평생 비정규직으로 일했다는 가토씨는 “원칙적으로 65세부터 연금을 받아야 하지만 생활비가 부족해서 60세부터 앞당겨서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면서 “연금액은 정상 금액에서 많이 깎여 현재 2만엔 정도 받는다”고 말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공적연금을 수령하는 정상 나이는 65세다. 하지만 본인 재무 상황에 따라 60세부터 앞당겨 받을 수 있다. 대신 연금액은 앞당긴 기간에 따라 매달 0.4%씩, 최대 24% 감액된다.
✅옆집 살던 84세 고령남은 고독사
가토씨가 살고 있는 곳은 지은 지 50년 된 도쿄도(東京都)의 낡은 임대 아파트다. 월세가 2만5000엔(약 24만원)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가토씨와 비슷한 처지인 싱글 고령자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보니 고독사는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옆집에 80대 후반 남성이 혼자 살았는데, 얼마 전에 고독사했습니다. 생전에 저랑 얘기도 나눴는데 왜 ‘생활보호(한국의 기초생활수급제도)’를 받지 않느냐고 물으니, ‘창피해서 싫다’고 답하더군요. 저도 연금 등 수입이 적어서 국가에 생활보호를 신청하면 받을 자격은 되는데 고민입니다. 지금은 어떻게든 일해서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는 생활보호를 받지 않는 다른 이유로 고향에 계신 연로한 부모님을 꼽았다. 가토씨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관공서에서 연락이 갈 텐데 (연락을 받게 될 부모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터넷은 외로운 나의 말동무”
가토씨는 “평생 미혼이었고 딱히 교류하는 친구도 없는 나의 유일한 취미는 인터넷”이라며 “뉴스나 동영상에 댓글을 달기도 하고 얼마 전엔 챗GPT(인공지능서비스)랑 얘기도 했는데 제법 대화가 잘 됐다”고 말했다. “가끔 인터넷 게시판에서 ‘댓글 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싸우니까 오히려 고독감이 줄어드는 것도 같아요.” 격한 논쟁이 벌어지는 인터넷 댓글 창에는 가토씨처럼 고독과 싸우는 노인들이 숨어 있다.
한편, 가토씨의 사연이 담긴 기사는 온라인 공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27일 현재 1300개 이상 댓글이 달렸다. 정부 보조(생활보호)를 받지 않고 주어진 삶에서 열심히 일하며 사는 그의 모습을 높이 평가한다는 반응이 많다. 일본은 한국처럼 본인이 젊을 때 준비하지 않았는데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수십만원씩 공돈을 주는 ‘기초연금’ 같은 제도가 없다.
30대 남성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아마 우리가 늙으면 정년이 80세가 되어서, 가토씨처럼 64세에 일하는 것이 불쌍하게 여겨지진 않을 것”이라며 “그 때까지 내 몸이 버틸 수 있도록 건강을 챙기고, 죽을 때는 반드시 누군가의 손을 빌리게 될테니까 최저한의 저축은 만들어 놓고, 연명조치 없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