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또다시 불발됐다. MSCI가 22일(현지 시각) 발표한 ‘2023년 시장 분류’ 결과에서 한국은 종전과 같이 신흥국 지위에 머물렀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이 지수를 따르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대외적으로 한국 증시의 위상이 올라갈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08년부터 편입을 노리고 있지만, 10여 년간 고배만 마시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가 왜 MSCI만 만나면 이토록 작아지는 것일까.
한국 자본시장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 시장이 대표적이다. 현재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다. 국내에서만 거래해야 한다. 거래 시간도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으로 한정돼 있다. 달러·유로·엔화 등이 역외 시장에서 24시간 거래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원화 거래가 불편하면, 분초를 다투며 거래되는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 주식의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MSCI는 최근 수 년간 한국 증시에 대한 연례 평가에서 ‘외환시장의 자유화 정도’ 항목에 ‘마이너스(개선 필요)’ 점수를 줬다.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하려면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등록제’도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또 미국 등에서 자유롭게 허용되는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매매 기법)가 한국에선 일부 종목에만 허용돼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한국은 이미 2009년 또 다른 글로벌 지수 산출 기관인 FTSE의 선진국 지수엔 포함됐을 만큼 시장 규모 면에선 충분히 크다”며 “‘외국인 접근성’을 중요시하는 MSCI의 기준을 매번 충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냉정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정부는 외국인 투자등록제를 올해 안으로 폐지한다고 발표했고, 외환 거래 시간도 새벽 2시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MSCI는 보고서에서 “향후 제도 이행의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내년 후보군에 들어갈 경우 1년 뒤인 2025년에 지수 편입이 정식 발표되고, 실제 편입은 2026년에 이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