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붐비는 사람들. /뉴스1

이달 중순 해외로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A씨는 여행 전 들어놨던 해외 여행자보험료 일부를 환불받았다. 해외 여행자보험은 해외에서 생기는 사고에 대비해 드는 상품이다. 해외에서 아프거나 다치거나, 물건을 도난당하는 등 손해가 생겨야지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특별히 보험금을 청구할 일이 없었어도 보험사에서 돈을 받은 것이다. 무사히 귀국하면 냈던 보험료에서 10%를 돌려주는 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A씨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보험료는 없는 돈인 셈 치는데, 2000원 안 되는 돈이라도 돌려받으니 왠지 이득을 본 기분”이라고 했다.

일러스트=이지원

◇불붙은 여행자보험 유치 경쟁

최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이처럼 안전하게 귀국하면 보험료의 10%를 환급해주는 여행자보험 상품을 새로 내놨다. 카카오페이가 작년 10월 손해보험사를 출범한 이후 내놓은 두 번째 보험 상품이다. 앞서 보이스피싱 등을 보장하는 금융안심보험은 업계의 큰 반향을 불러오진 못했지만, 여행자보험은 ‘무사 귀국 시 보험료 환급’이라는 차별화한 보장을 담으며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2명이 함께 가입하면 보험료를 5%, 3명 이상이면 10% 할인도 해준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출시 초기보다 여행자보험 하루 평균 신규 가입이 2배가량 늘었다”고 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여행자보험 경쟁이 불붙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전과 달리 차별화한 특약을 선보이며 7~8월 여름 휴가철 대목을 노리는 움직임도 보인다.

27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 5곳의 해외여행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49만953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8만6175건)에 비해 6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가입 건수(49만5601건)를 넘겼다. 코로나 기간 묶였던 해외로 가는 길이 열리면서 여행자보험 가입이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행자보험은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액 비율)이 50% 내외로 낮고, 소비자가 다른 보험 상품에 관심을 갖게끔 하는 미끼상품 역할을 해 중소보험사에서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했다.

캐롯손해보험의 경우 간편결제 업체인 페이코 모바일 앱에서 여행자보험을 들면 보험료를 20%(최대 1만원) 즉시 할인해준다. 또 보험료의 10%를 페이코 포인트(최대 5000포인트)로 돌려줘 사실상 가격을 낮췄다.

하나손해보험은 해외에서 폭력으로 상해를 입었을 때 변호사 선임비를 지원하는 특약을 선보였다. 통상 여행자보험이 의료비 보장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법률 비용까지 보장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를 걱정하는 가입자를 노렸다.

그래픽=이지원

◇”실손보험 있다면 국내 치료비 보장은 제외”

전문가들은 해외 여행자보험을 들 때 무작정 저렴한 상품을 들기보다는 여행지의 특성이나 본인의 상황에 맞는 보장을 설계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특히 이미 실손보험을 들고 있는 경우, 해외여행 중 발생한 상해, 질병에 대해 국내병원을 이용하면 의료비를 보장하는 국내 치료비 특약은 굳이 중복으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여행자보험은 대개 설계사 없이 본인이 직접 드는 만큼, 스스로 필요한 보장을 설계하는 가입자가 많다. 예컨대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는 한 가입자는 2시간만 비행기가 지연돼도 보상을 해주는 특약에 들었다고 했다. 이용하는 저가 항공이 항공편 지연으로 악명 높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또 다른 가입자는 휴대품 손해 담보를 뺐다. 그는 “유럽 여행 때는 소매치기가 걱정돼 휴대품 손해 보장을 든든하게 들었는데, 일본은 상대적으로 그럴 위험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