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사회 초년생 김모씨는 작년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을 신청하면 아메리카노 쿠폰을 준다는 카드사 광고 문자를 받았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최소 10%만 우선 갚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겨 갚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최소 금액만 일단 결제해 당장 연체는 막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김씨는 연체도 예방할 생각에 리볼빙 서비스를 신청했다. 실제로 첫달 카드 값 부담이 적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연간 수수료율이 17%대였지만 월간으로 따지면 이자는 한 달 3만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김씨는 “어느 순간부터 다달이 넘긴 카드 값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갚아야 할 돈이 800만원 넘게 나왔다”며 “리볼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카드사 혜택이 덫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최근 리볼빙을 청산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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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백·커피쿠폰으로 리볼빙 유혹

국내 주요 카드사의 리볼빙 잔액이 작년 사상 처음 7조원을 넘긴 가운데 카드사들이 위험한 금융거래를 경고하기는커녕 1만원 내외 혜택을 내걸며 리볼빙을 유도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이달 말까지 리볼빙을 신규 등록하는 고객에게 1만원을 돌려주는 캐시백 행사를 하고 있다. 신한카드 역시 작년까지는 연 2~3차례 ‘미래의 나야 도와줘! 일시불로 결제하지만 할부처럼 내고 싶어!’라는 문구를 내걸며 리볼빙을 신청하면 5000포인트를 주는 행사를 했었다. 올 들어서는 지난 4월부터 리볼빙 수수료율을 20% 할인해주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 등 7개 전업카드사는 이러한 리볼빙 홍보·판촉비로 해마다 약 30억원을 쓴다. 특히 작년부터 카드론(장기 카드 대출)도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들어가면서 카드론 영업이 어려워지자 카드사들은 리볼빙 신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NH농협카드와 롯데카드는 리볼빙 약정 고객에게 커피 쿠폰을 뿌리기도 했다.

◇수수료율 연 15~17%, 청산 어려운 리볼빙

문제는 이런 식으로 눈앞의 혜택에 넘어가 리볼빙을 시작한 카드 사용자들이 수개월 뒤에 ‘빚의 늪’에 빠져버린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매달 100만원씩을 카드로 긁는 사람이 카드 대금의 10%를 결제하고 나머지는 연 15% 수수료를 내는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치자. 첫째 달에는 10만원만 내면 된다. 그런데 둘째 달에는 내야 할 돈이 약 20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만약 셋째 달에 카드 빚을 모두 갚고 싶다면 거의 300만원 되는 목돈을 내야 한다.

카드사들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2020년 말 5조3910억원이었으나, 작년 말 7조2660억원을 기록하며 2년 만에 34% 증가했다. 이렇게 미뤄둔 대금을 갚지 못하면 연체가 된다. 지난 3월 말 리볼빙 연체율은 2.38%로 집계됐다. 2021년 말 1.49%에서 확 늘어나는 추세다.

부담도 적지 않다. 카드사들의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은 연 15.6~17.9%다. 최고 수수료율은 법정최고금리(연 20%)에 가까운 연 19%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카드 이용 대금 명세서에 ‘리볼빙 채무를 최소 결제 금액으로만 상환하면 이자 부담이 계속 증가한다’고 명시한다. 또 카드 빚을 청산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리볼빙을 부추기는 우리나라 카드사와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리볼빙을 이용하고 있고, 당장 갚기 어렵다면 리볼빙 약정 결제 비율을 조금씩 높여나가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결제 금액의 10%만 내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기고 있다면, 결제 금액의 20%, 30%를 갚는 식으로 이월액을 줄여 빚이 빠르게 불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