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7조원이나 불어나면서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최근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가계가 은행에서 빌리는 돈이 빠르게 느는 측면도 있지만, 전셋값 하락으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거나 생계 자금 마련을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늘리는 것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한국은행의 ‘6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7조원 늘었다. 이는 2020년 2월(7조8000억원 증가) 이후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올 2월 3000억원 줄면서 일시적인 감소세를 보였지만, 3~6월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가계 대출도 지난달에 5조9000억원이 늘어 증가 폭이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 가계 대출도 4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에 부진했던 주택 거래량이 연초부터 늘어나는 가운데, 특례보금자리론 취급이 확대되고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영향이 더해져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금융공사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시중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최대 5억원을 빌려주는 제도다.

또 6월 말 가계 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은행 신규 가계 대출 금리가 연 4~5%로 여전히 높은데, 가계 빚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데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다만 과거엔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늘면 은행 신용 대출이나 2금융권 대출이 같이 늘었는데 최근엔 그렇지 않다. 12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6000억원 감소했다. 은행 신용 대출 등 기타대출도 1조1000억원 줄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주택 구입 목적도 있지만 전세보증금 반환용이나 생계 자금 등도 적지 않다”며 “가계 대출 증가세가 주택 시장 투기 수요로 인한 과열을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