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출산한 차모(37)씨는 아이 계좌로 매일 4540원씩 입금한다. 깜빡한 날은 그다음 날이라도 꼭 금액을 채운다고 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2000만원을 모으려는 것이다.

아이가 매달 10만원씩 받는 아동 수당에 이렇게 하루 커피 한 잔 값을 보태면 7년 만에 목돈 2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차씨의 설명이다. 아동 수당 총 840만원(=10만원X12개월X7년)에 매일 모으는 돈 총 1160만원(=4540원X365일X7년)을 보태 2000만원을 만드는 것이다. 차씨는 “당장 아이 키우는 데 쓸까도 고민했지만 더 의미 있게 쓰려고 아이 이름으로 목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했다.

◇아동 수당으로 적립식 투자

아동 수당은 태어난 월부터 만 8세가 되기 직전 달까지 소득에 관계없이 아동 한 명당 월 10만원씩 지급된다. 여기에 올해부터 만 0세에게는 월 70만원, 만 1세에게는 35만원씩 부모 급여가 중복으로 나온다. 올해 아직 돌이 안 된 아이는 월 80만원을 현금으로 받는다.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현금성 지원이 늘면서 아동 수당이나 부모 급여를 이용한 재테크에 나서는 부모가 많아졌다.

‘아동 수당 재테크’는 주로 적립식 투자에 많이 쓰인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적금처럼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하는 식이다. 아동 수당으로 미국의 대표 배당 성장 상장지수펀드(ETF)인 SCHD를 모은다는 권모(35)씨는 “아직은 한 분기 배당금이 2만~3만원 수준으로 크진 않다”며 “아이가 컸을 때 돈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매달 사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주가가 장기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주 위주로 매월 일정액을 사들이는 방법도 흔하다. 국내 종목에서는 삼성전자 같은 대장주가, 해외 종목 중에서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 등의 인기가 높다. 한 투자자는 “아이 계좌로 주식을 사면 주가의 오르내림에 비교적 덜 민감해진다”고 했다. 아동 수당 재테크를 하는 부모들 사이에선 “아이에게 시크릿 쥬쥬(인기 캐릭터)를 사주기보다는 기업의 쥬쥬(주주)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리가 우스개로 쓰인다.

금융권에선 아동 수당이나 부모 급여를 받으면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상품을 내놨다. ‘하나 아이 키움 적금’과 ‘NH 아동 수당 우대 적금’은 아동 수당 수급 시 우대금리를 각각 2%포인트, 1.5%포인트 얹어준다. ‘IBK 부모 급여 우대 적금’은 부모 급여나 아동 수당 수급 시 2%포인트를 우대해 준다. 다만 이런 아동 수당 우대 적금은 월 불입 한도가 10만~50만원 수준으로 높지 않다.

◇자녀 31세에 1억4000만원 증여하기

아동 수당으로 목돈을 만들 경우, 아동의 계좌로 수당을 받으면 증여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훗날 증여할 때 절세 방법까지 꼼꼼하게 따지며 재테크 하는 부모가 많은 만큼 ‘내 아이 31세에 1억4000만원 증여하기’ 같은 팁도 퍼지고 있다. 현재 미성년 자녀에게는 10년에 2000만원, 20세 이상 성년 자녀에게는 10년에 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자녀가 태어난 직후 2000만원을 증여하고, 10년 후인 11세에 2000만원, 21세에 5000만원, 31세에 5000만원을 증여하면 세금 없이 1억4000만원을 결혼 적령기에 맞춰 물려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증여하고 자녀 명의 계좌로 매수한 주식의 시세 차익과 배당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붙지 않는다.

한 세무 전문가는 “같은 금액일지라도 성년이 된 후 한 번에 증여하면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찍 증여한 금액을 잘 불리면 원금보다 많은 금액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라도 어려서부터 조금씩 증여하려는 부모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