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코인) 연계 범죄 신고 센터의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단순 투자 사기 외에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적발하고 예방하는 기능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사기 신고는 쏟아진 반면 불공정 거래에 관한 유의미한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 거래 신고에 대한 포상금 지급 규정이 없는데, 금융 당국 안팎에선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양진경

◇많을 텐데...코인 시세 조작 신고 전무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 및 투자 사기 신고 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2209건이다. 그러나 이 중 시세조종,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등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 행위에 관한 신고는 없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가상자산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불공정 거래로 인한 시장 교란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가상자산 연계 범죄 신고센터의 업무 범위도 지난 1월부터 ‘투자 사기’에서 ‘불공정 거래’로 확대됐다.

불공정 거래의 대표적 유형인 시세조종은 사채업자, 전직 금융사 직원, 조직폭력배 등 작전 세력이 공모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일반 사기 사건에 비해 큰 편이다. 일례로 2022년 ‘테라·루나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씨도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데, 그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약 50조원 규모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은 주식처럼 시세조종과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을 통한 범죄에 악용될 수 있지만 그동안 법이 없어 업무방해, 사기, 업무상배임 등을 적용해 처벌해왔다. 그런데 오는 7월 19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불공정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이나 부당이득의 2배에 달하는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금융 당국도 조직 개편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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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련 신고 건수가 전무한 데다 접수된 신고 건수의 대다수 비중을 단순 투자 사기가 차지하고 있어 조직 개편 취지가 빛 바랬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1~4월 접수된 신고 유형(중복 집계) 중에는 코인리딩방 사기(26.5%) 비중이 가장 컸고, 이어 미신고 거래소(18.9%), 피싱(17.7%), 유사 수신(5.25%) 순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가 필요하지 않은 사례들뿐이라 신고 건수 대부분을 경찰로 보내고 있다”며 “법이 시행되면 불공정행위 조사 권한이 생기고 혐의를 적용해 처벌까지 할 수 있는데 제보가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포상금 규정 없는 가상자산법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로선 큰 규모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신고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신고 포상금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 불공정 거래의 경우 신고자에게 최대 30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시행령을 개정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에 관한 신고 포상금 상한을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도 각각 고시와 훈령을 통해 담합 같은 부당 공동행위나 은닉 재산 신고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 국세청 포상금은 최대 40억원, 공정위는 30억원이다.

그러나 가상자산법의 경우 입법 과정에서 신고 포상금 지급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가상자산법의 허점인 것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불공정 거래는 범죄 특성상 내부 관계자들이 아니면 범죄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데, 범행에 가담했을 때 기대되는 이익이 커 신고 포상금이 지급되지 않는 한 제보할 동기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