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가상자산(코인) 사업자들이 자체 발행한 코인을 대학에 기부했지만, 대학들은 기부받은 코인을 현금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대학의 법인 명의 코인 거래 계좌 개설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코인을 팔아 원화로 바꾸려면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 계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국내 법인과 기관에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법인명으로 개설되는 법인 통장은 실명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데다 자금 세탁 위험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26일 금융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교육부는 대학의 법인 명의 코인 거래 계좌 개설을 허용하지 않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거액의 코인을 기부받은 일부 대학이 코인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법인 계좌 개설을 허용해달라고 올해 초 요청한 데 따른 논의 결과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상 법인 계좌 개설을 금지하는 조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검찰, 국세청 등 일부 정부기관에 대해서만 공익적 목적에 한해 법인 계좌 개설을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논의한 결과 대학 법인 명의 계좌 개설을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법인 계좌 개설을) 대학에만 허용할 경우 다른 법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데다 모든 법인을 대상으로 허용하기엔 자금 세탁 우려가 너무 크다”고 했다.

국내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청산하는 절차가 간단한 탓에 유령 법인들이 생겨나 범죄 수익으로 얻은 코인을 현금화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또 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큰데, 법인들의 코인 거래를 허용할 경우 기업 재무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대는 2022년 게임회사 위메이드에서 코인 10억원어치를 기부받았다. 고려대, 서강대, 동서대 등도 비슷한 시기 같은 회사에서 자체 발행한 코인 10억원어치를 기부받았다.

금융 당국과 교육부는 국내 대학들이 향후 코인을 기부받지 않도록 당부할 방침이다. 다만 이미 기부받은 건에 대해선 금액 등 요건을 살펴 예외적으로 현금화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