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가서 데이터를 사용할 때 통신사 로밍보다 유심·이심 (eSIM) 같은 SIM 방식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특히 청년층에서 이용자가 많았고, 이용 만족률도 75%로 데이터 이용 방식 중 가장 높았다.

1일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이 같은 내용의 ‘2024 상반기 이동통신 기획조사’를 발표했다. 지난 1년 내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1239명을 대상으로 ‘가장 최근에 방문한 나라에 머물 때, 휴대폰에서 데이터 이용은 어떻게 했는지’ 물었다.

◇로밍보단 유심·이심... 이용률 껑충

조사에 따르면 ‘SIM(유심·이심) 구입’을 꼽은 비율이 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통신사 로밍(33%), 포켓와이파이(16%) 등 순이었다. 나머지 9%는 현지 무료 와이파이 등을 쓰면서 유료 데이터는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유심·이심 방식 이용률(42%)은 전년 상반기 조사(37%) 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 조사 당시 19%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통신사 로밍 이용률은 2018년 20%에서 작년 상반기 33%까지 올랐지만 올해는 작년과 동일했다.

소형 와이파이 기기를 빌려 여러명이 함께 사용하는 방식인 포켓와이파이 이용률은 2018년 35%에서 작년 20%로 떨어졌고, 올해는 16%로 또다시 감소하며 내림세를 보였다.

해외 여행에서 유료 데이터를 쓰지 않은 이용자 비율은 9%로 소수였다. 이 비율은 2018년만 해도 26%에 달했지만 점차 하락하고 있다. 길찾기와 검색, 카카오톡 통화 등 데이터 쓰임새가 커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청년층서 유심·이심 선호

유심·이심 방식 이용률 급등은 저렴한 비용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이용자가 데이터를 쓰기 위해 지출한 하루 평균 비용은 유심·이심 방식이 3096원으로 통신사 로밍(5343원), 포켓 와이파이(4135원)보다 각각 42%, 25% 저렴했다.

반면 하루 데이터 사용량은 유심·이심(1.35GB)이 통신사 로밍(0.99GB)이나 포켓와이파이(1.33GB)보다 많았다.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았던 셈이다.

청년층 선호도 높았다. 유심·이심 방식 이용률은 20대(56%)·30대(61%)에서 특히 높았고, 40대(38%)·50대(29%)·60대 이상(22%)에선 비교적 낮았다. 반대로 통신사 로밍은 50대(43%)·40대· 60대 이상(각각 40%)에서 이용률이 높았고, 30대(24%)·20대(20%)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심 가능해져 인기 늘어날듯”

유심·이심 방식 이용자 만족률도 증가했다. 조사 결과 4명 중 3명꼴인 75%가 만족해 전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통신사 로밍은 64%로 전년보다 5%포인트 상승했고, 포켓와이파이는 6%포인트 오른 62%를 기록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에서 이심 서비스가 2022년 9월부터 가능해지면서 심(SIM) 방식이 더 강세를 보이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심은 유심처럼 칩을 갈아 끼우지 않아도 QR코드를 통해 파일만 내려받으면 사용할 수 있다. 통신사 로밍처럼 기존 국내 번호로 통화·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현재는 사용 가능한 스마트폰 기종이 한정적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이심은 저렴한 가격에 편의성까지 강화돼 SIM 방식의 입지 확대에 기여했다”며 “이심 사용 가능 휴대폰이 늘어날수록 SIM 방식이 해외 데이터 이용의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