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옥석 가리기’를 위해, PF 사업장에 대한 1차 사업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가장 낮은 등급인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 규모가 금융 당국의 예상보다 2배 가까이 커졌다. 부실우려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또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10곳 중 1곳이 구조조정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부실 사업장 정리 작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부동산 PF ‘부실우려’ 13.5조원

29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전 금융권은 지난 6월 부실이 우려되는 부동산 PF 사업장을 대상으로 1차 사업성 평가를 실시했다. 6월 말 기준 연체나 연체유예, 만기 연장이 3회 이상인 사업장 등이 평가 대상이 됐다. 이들 사업장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33조7000억원으로 전체 PF 익스포저인 216조5000억원의 15.6%쯤 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평가대상 사업장 중 ‘유의‧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의 익스포저는 21조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성 평가기준은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등 4등급으로 나뉘는데, 양호·보통 등급은 정상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유의 등급은 재구조화·자율매각을 해야 하고 부실우려 등급은 경‧공매 등 방식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래픽=양인성

이중 유의 등급을 받은 사업장의 익스포저는 7조4000억원, 부실우려 등급은 13조5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PF 익스포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유의 약 3.4%, 부실우려 약 6.3%다. 두 등급을 합친 비율은 9.7%인데, 전체 사업장 10곳 중 1곳 꼴로 구조조정 대상인 셈이다.

특히 부실우려 등급만 놓고보면 당초 금융 당국이 예상했던 규모인 7조원보다 2배 가까이 커졌다. 경‧공매로 처분해야 하는 사업장이 예상보다 2배 가량 많아졌다는 의미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부실우려를 당초 2~3%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6% 수준으로 나왔다”면서 “신규 부실이 들어 왔다기보다는 기존에 연체된 부분들이 악화하면서 최하등급이 늘어났다”고 했다.

◇부동산 PF 연체율도 상승 추세

실제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이다. 지난해 6월 2.17%에 머물렀던 연체율은 지난해 말 2.7%로 오른 뒤 올해 3월 말 3.55%로 급증했다. 1차 사업성 평가가 이뤄진 6월에도 연체율은 3.56%로 올랐다.

다만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번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건설사나 시행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향후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이 원활히 재구조화 또는 정리되는 경우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개선되고 부동산PF 시장의 신뢰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부터 부실 본격 정리

사업성 평가 결과 부실우려 사업장 규모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다음 달부터 부실 PF 사업장의 경·공매 속도가 대폭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금융사들이 사업성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제출한 사업장 정리계획을 다음 달 6일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매월 사후관리 이행실적을 점검해 신속한 정리를 유도할 방침이다.

박상원 부원장보는 “9월 중순부터 경‧공매가 활발히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만기 도래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경‧공매가 진행되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물량이 몰리는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경‧공매에 나온 매물을 원활히 소화하기 위해 추가 펀드도 조성된다. 증권업계는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에 동참하기 위해 12개 증권사가 부동산 PF 재구조화 등에 참여하는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29일 금융 당국에 보고했다. 증권사가 조성하는 펀드의 전체 목표액은 3조3000억원 규모다. 이 중 약 6000억원은 증권사 자체 자금으로 조달한다.

한편 금융 당국은 정상(양호·보통)으로 평가받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만기 연장 등 자금 공급을 차질 없이 지원해 해당 PF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도할 계획이다. 또 11월까지 PF 익스포저가 있으나 1차 평가에서 제외된 모든 사업장에 대한 2차 사업성 평가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