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안에 2만5000달러(약 2900만원) 전기차를 선보이겠다.”
22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테슬라 배터리데이에서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한 말이다. 전 세계가 주목한 이날 배터리데이에서 머스크는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공개하며 전기차 생산비용 절감으로 기존 내연기관차를 (단종돼버린) 증기기관차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야외 무대에서 자동차 극장 형식으로 진행됐다. 투자자 240명이 이 행사에 참석해 차량 경적소리로 머스크의 발언에 호응했고, 실시간 방송된 유튜브 채널로 전 세계 약 27만명이 시청했다.
머스크는 이날 “현재 우리 차는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가 없지만, 앞으로 나올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가격이 단가의 약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배터리 가격이 곧 전기차 가격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18개월 뒤 자용차용 배터리 가격을 56% 낮출 것”이라며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셀인 ’4680′을 공개했다. 테슬라에 따르면, 이 새로운 배터리 셀은 기존 배터리보다 5배 높은 에너지밀도에, 6배의 전력 공급량, 16% 늘어난 주행가능거리를 가졌다. 해당 배터리 공정에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로 분류되는 건식 전극공정을 도입한다. 작년 인수한 미국 배터리 제조업체 맥스웰테크놀로지의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배터리 뚜껑(탭) 역시 없어져 제조방식이 더 단순화되고 비용 역시 절감했다고 했다.
머스크는 신형 배터리 셀을 배터리 자체 개발 계획인 ‘로드러너 프로젝트’ 일환으로 세운 카토(kato) 로드 시설에서 시범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토 로드 시설은 테슬라가 자체 개발 배터리셀 생산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 인근에 세운 시설이다. 머스크는 “프리몬트 공장 인근에 있는 10GWh 시범공장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으며, 10GWh 생산능력에 도달하는데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 배터리 생산을 급속히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수단으로 기존 테슬라의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 공장 생산능력을 넘어선 ‘테라팩토리’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다. 1테라와트(terawat)는 기가와트의 1000배에 해당한다. 테슬라는 오는 2030년까지 테라팩토리를 통해 시간당 3테라와트(3000Gwh)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네바다 기가팩토리 생산능력에 85배에 달하는 생산능력이다.
이밖에 머스크는 “우리는 현재도 자율주행 시 사고율이 0.3으로 경쟁사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자율주행을 위해 8개의 카메라를 사용해 3D 입체영상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면서 “한 달 뒤 베타서비스이긴 하지만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레이더를 사용하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비디오를 찍어 사람의 눈과 같은 인식을 통한 장애물 식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날 배터리데이 발표 내용을 두고 업계에서는 “기대했던 한방은 없었다”는 반응이다. 그간 머스크가 “기대해도 좋다”는 취지의 말을 많이 해온 것에 비해 상상 이상의 성능 향상이나 혁신적인 기술,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형 배터리에 대한 구체적인 양산 계획 역시 밝히지 않아 “청사진만 제시했기 때문에 상용화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테슬라가 대규모 배터리 셀 생산 경험이 없기 때문에 2020년까지 100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셀 생산이 가능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뜻이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 머스크는 “테슬라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공급망과 제휴하는 게 중요하다”며 “20TWh 생산 규모를 구축하려면 135개 기가팩토리가 필요한데, 테슬라가 전부 할 수는 없고 LG화학, CATL 등과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트위터에서 “2022년 전까지 상당한(serious) 수준의 대량 생산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 된다.
배터리데이 후 뉴욕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거의 7%가량 추가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로 인해 테슬라 시총이 2시간 만에 200억달러(약 23조원) 줄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