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로 급부상했다가 ‘사기 논란’에 휘말려 추락중인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사기 논란이 일기 직전, 이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GM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M은 의외로 “니콜라와의 딜을 끝까지 마무리할 것”이라며 사기 논란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현지시각) 니콜라와 파트너십을 발표한 GM은 10일(현지시각) 힌덴부르크 리서치가 장문의 보고서로 “니콜라는 사기”라고 주장한 다음에도 “니콜라를 믿는다”고 했고, 이후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회장직을 사임한 뒤에도 “니콜라와 협업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GM은 애써 태연한 척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자신만만한 것일까. 국내외 전문가들은 GM이 손해볼 것 없는 딜을 했고, 오히려 이득을 볼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3월 메리 바라 GM 회장이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며 얼티엄 배터리를 공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GM은 니콜라에 현금을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니콜라에 기술 지원과 부품 공급을 해주는 대가로, 니콜라의 주식 11%를 받기로 했다. GM은 니콜라가 디자인한 픽업트럭인 ‘뱃저’의 제조 기술을 지원하고, 수소연료전지와 리튬이온배터리를 공급해주기로 했다.

니콜라는 뱃저를 수소트럭과 전기트럭 등 2개 모델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말 니콜라 경영진은 니콜라가 계획한 전기 픽업 트럭인 ‘뱃저’를 위한 작업에 투자할 수 있는 약 9억 달러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GM 입장에선 니콜라 돈으로 수소연료전지와 얼티움 배터리(GM이 LG화학과 개발중인 차세대 배터리)의 ‘테스트 베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GM은 그동안 테슬라에 뒤처져 있던 전기차와 현대차에 밀려있던 수소차 시장을 한꺼번에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GM은 니콜라 뱃저 트럭이 2022년 말부터 생산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GM은 니콜라 수소트럭 8분의 7 물량에 대해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하기는 협약도 맺었다. 니콜라는 그동안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에서 트럭 800대, 환경기업 리퍼블릭 서비스로부터 청소트럭 2500대를 각각 수주했다. GM은 이들 트럭 제조를 돕고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함으로써 일시에 경쟁자를 따라잡으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GM은 니콜라와의 협업으로 ‘탄소배출권'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내연기관차를 많이 생산함으로써 부과 받을 수 있는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탄소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GM은 니콜라와의 거래로 니콜라 주식가치 20억달러를 포함해 총 40억달러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추정했다.

니콜라 수소 전기 픽업트럭 뱃저 이미지.

이같은 이유로 GM은 니콜라와의 협업이 계속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트레버 밀턴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함으로써, 오히려 니콜라 리스크가 해소됐고 GM이 임명한 이사를 통해 니콜라를 빠르게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니콜라가 트레버 밀턴의 후임으로 GM 부회장 출신의 스티븐 거스키를 의장으로 선임한 것도, GM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GM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 니콜라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로 만드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GM(General Motors) 자체가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를 키우며 성장해온 회사인 만큼, 니콜라를 친환경차 브랜드로 흡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니콜라의 주가가 하락할수록 GM은 더 싼값에 지분을 취득할 수 있어 유리하다.

지금 와서 니콜라와의 딜을 철회하고 사기 주장에 편승하는 순간, GM 역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부품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협업을 되돌리면, 아무것도 없는 니콜라와 손을 잡은 GM에 대한 신뢰도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니콜라 브랜드를 성공시켜야만 GM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커진다”고 말했다. GM은 이미 니콜라와 한 배를 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