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고 5일 공식 출시된 BMW의 신형 5시리즈와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GT)를 타봤다. 경기도 광주의 한 카페에서 출발해 여주를 들렀다가 돌아오는 110㎞ 코스였다.

10월 5일 국내 출시된 BMW 신형 5시리즈
10월 5일 국내 출시된 BMW 5시리즈 부분변경 모델

처음 탄 차량은 신형 5시리즈로,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530i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이었다. 7세대 5시리즈의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처음 마주했을 때 인상이 바뀐 느낌이 들었다. 이전 U자형 전조등 내 LED 디자인이 L자형으로 바뀌면서 더 날카로워졌고, 후미등 테두리에도 이전엔 없던 검은색 테가 둘리면서 마스카라를 한 듯 짙은 인상을 줬다.

도로 위에서는 BMW의 주력 세단답게 뛰어난 주행성능을 선보였다. 시속 100㎞ 이상 고속주행을 할 때 실내 정숙성과 안정감이 기대 이상이었다. 가속페달을 밟는 감각도 부드럽고 변속 시 울컥거림도 없어 시속 140~150㎞까지 올라가도 계기판을 보지 않으면 속도를 못 느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코너링 역시 안정적이었다. 고속으로 급커브를 돌 때도 몸이 쏠리는 느낌이 적었다.

10월 5일 국내 출시된 BMW 신형 5시리즈

브레이크 페달 감각은 부드러웠지만 밟았을 때 제동은 확실히 걸리는 느낌이라 고속 주행의 부담도 적었다. 탔던 모델의 최대 출력은 252마력, 최대토크는 35.7kg·m로 밟는 만큼 속도를 잘 뽑아냈다.

모든 차급(트림)에 기본 적용된 첨단 주행보조 기능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역시 고급 브랜드답게 높은 정확성과 안정성을 보여줬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시내 주행 때 운전대에 손만 올리고 있어도 차가 알아서 앞차와의 거리와 속도, 차로 중앙을 유지해 달린다. 정차와 재출발도 지원하고, 고속도로 위 곡선 주행도 불안정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가장 참신했던 기능은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후진 어시스턴트’ 기능이다. 모든 차급에 기본 적용된 이 기능은 막다른 길이나 일방 통행로에 잘못 들어섰을 때 후진 기어를 놓고 기능을 작동시키면 차가 알아서 빠져나가는 첨단 반(半) 자율주행기능이다. 진입 당시 움직임을 기억했던 차가 운전대를 자동 조향하면서 후진하는 방식이다. 최대 50m까지 적용된다. 실제 써보니 브레이크만 중간 중간 잘 잡아주면 의지해도 될 정도로 알아서 잘 빠져나갔다. 후진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기능이다.

실내 마감 역시 만족스러웠다. 좌석에는 천연 나파가죽이 적용돼 고급감이 살아났고, 이전 모델보다 더 커진 12.3인치 대형 디지털 계기판과 같은 크기의 터치식 중앙 디스플레이는 신차다운 느낌을 줬다. 무엇보다 중앙 디스플레이의 터치 인식이 빨라 마치 스마트폰 터치감 같았다.

10월 5일 국내 출시된 BMW 5시리즈 부분변경 모델
BMW 신형 5시리즈 뒷좌석 모습

아쉬운 점은 준대형 세단임에도 다소 좁다고 느껴지는 뒷좌석 공간감과 부족한 적재공간이었다. 앉았을 때 뒷좌석 무릎공간은 주먹 두 개 반, 머리공간은 주먹 한 개 반 정도가 들어가는 수준으로, 키가 큰 성인이라면 넉넉한 공간은 아니었다. 트렁크 공간은 530L로 가로 폭은 좁고 세로 폭이 긴 타입으로 다양한 형태의 짐을 싣기에는 작아 보였다.

다만 넓은 뒷좌석과 SUV를 방불케 하는 적재공간은 신형 6시리즈 GT가 갖추고 있었다. 같은 준대형 세단으로 분류되지만, 대형급인 7시리즈와 플랫폼(차체 틀)을 공유하는 만큼 더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했다. 신형 6시리즈 GT의 경우 뒷좌석 무릎공간은 주먹 세 개 반 이상, 머리공간에는 주먹 두 개 이상이 들어갈 정도였다. 파노라마 선루프 역시 6시리즈에만 적용됐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600L로 5시리즈보다 크고, 2열 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800L까지 확장된다.

BMW 신형 6시리즈 GT 뒷좌석
BMW 신형 6시리즈 GT 트렁크 공간. SUV 수준의 대용량 트렁크를 자랑한다.

직접 타본 ’630i xDrive GT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은 각종 기능 면에서는 신형 5시리즈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출력은 6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신형 6시리즈가 최고출력 258마력에 최대토크 40.8 kg·m로 5시리즈보다 조금 높았지만 주행감각과 고속주행 성능은 차체가 더 낮은 신형 5시리즈가 더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적재공간과 뒷좌석 편의성을 고려하면 6시리즈가 더 나은 선택지로 보였다. 실내 마감 신형 6시리즈 앞좌석 대시보드에 원목마감을 적용하는 등 차별화를 뒀다.

10월 5일 국내 출시된 BMW 신형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GT)
10월 5일 출시된 BMW 신형 6시리즈 GT. 세단과 SUV의 모습을 섞은 크로스오버차량(CUV)으로 쿠페형 라인이 특징이다.

신형 5시리즈는 가솔린과 디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별도 출시 예정) 모델로 구성됐다. 가격은 파워트레인(구동계) 종류와 차급에 따라 6360만~1억1640만원(이하 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 신형 6시리즈는 가솔린과 디젤 두 가지 모델로 구성되며 가솔린 모델이 먼저 출시됐다. 가격은 차급에 따라 8920만~922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