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신형 수소차 2세대 ‘미라이’를 출시하면서 현대차 넥쏘가 주도하던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도 경쟁의 불이 붙었다.
도요타는 2세대 미라이를 9일 일본에서 출시했다. 2014년 첫 출시 후 6년 만에 완전 변경된 신형 미라이는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850㎞에 달하는 등 성능을 크게 강화시켰다. 수소 탑재 용량을 20% 늘리고 연료효율을 10%가량 개선한 결과다. 항속거리로만 치면 이전 모델 대비 30% 늘어난 성능으로 넥쏘의 최대 주행 가능 거리(609㎞)와 비교해도 241㎞ 더 길다. 외관 디자인도 크게 바뀌었다. 1세대 모델이 소형 해치백 모델이던 도요타 프리우스에 가까웠다면 2세대 모델은 렉서스 세단에 가깝다. 일본 내 시판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30만엔 낮춘 710만엔(약 74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일본 내 수소차 관련 감세와 보조금을 받으면 570만엔(약 5900만원)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다.
도요타는 물과 열이 유일한 부산물인 수소차 미라이를 통해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를 대처하는 것을 넘어 앞서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출시 당일 도요타는 ‘제로 배출을 넘어 배출량 마이너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도요타 최초로 미라이의 탑재된 공기 청정 시스템이 그 수단이다. 이 시스템은 외기를 흡수한 뒤 장착된 필터가 PM2.5 수준의 입자를 포착하고 유해 화학 물질을 제거한 뒤 내보낸다. 운전 중 정화된 공기량도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도로를 달리는 공기청정기인 셈이다.
도요타의 신형 미라이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일본의 가속화되는 탄소중립 정책이 있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난 10월 말 취임 후 가진 국회 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탈탄소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상황이고, 도쿄도는 지난 8일 한발 더 나아가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계획에서 5년을 더 당긴 것이다. 내년 글로벌 기후협약인 파리기후협약 이행이 시행되고 이에 맞춘 일본 내 탄소중립이 가속화되면서 일본 최대 자동차기업인 도요타 역시 더 적극적인 친환경차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도요타가 그간 순수 전기차보단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차에 기술력을 쌓아온 만큼 신형 미라이를 통해 친환경차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할 것이라 보고 있다.
도요타의 새로운 수소차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기업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2018년 출시한 수소차 넥쏘로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1세대 미라이가 글로벌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는데 6년이 소요됐지만, 넥쏘는 출시 당해 미라이 판매량을 제쳤고 2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올해 7월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 연료 전지 트럭 양산에 성공해 스위스에 수출하는 등 수소 관련 초(超)격차 기술을 가지고 있는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 역시 수소차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만큼 도요타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도요타는 신형 미라이 출시와 함께 승용차뿐 아니라 버스와 트럭 등 모든 수소차 생산능력을 연간 3000대에서 3만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경쟁은 내년 미국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가 내년 초 신형 미라이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 넥쏘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연간 200여대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신형 미라이의 등장은 오히려 미국 내 수소차 시장 크기를 확대해 서로에게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도요타는 현대차에 이어 유럽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도요타 유럽법인(TME)은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신설법인 ‘퓨얼 셀 비즈니스 그룹(Fuel Cell Business Group)’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 2018년 말 발표한 수소차 관련 로드맵 ‘FCEV(수소전기차) 비전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연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