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지난 2020년 자동차 내수 판매는 개별소비세 인하, 신차 효과, 부동산값 상승에 의한 ‘부(富)의 효과'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산차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160만대가 팔렸고, 수입차는 8~9% 증가한 27만~28만대가 팔린 것으로 추정돼 총 187만~188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대 내수 최대치였던 지난 2015년(183만대)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최대 판매를 견인한 차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각자 개성이 뚜렷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거나, 디자인이 호감 가거나, 실용성이 뛰어나거나 등 장점이 확실한 차들이었다.

◇그랜저는 가성비, 아반떼는 디자인, 카니발은 실용성으로 勝

국내 자동차 시장의 최다 인기 차는 현대 그랜저가 차지했다. 1년간 14만5463대가 팔려 2019년(10만대)의 1.5배였다. 그랜저는 경쟁 모델이 없는 가성비 좋은 준대형 세단으로 꼽힌다. 4000만원 안팎의 가격에 S클래스 안 부러운 광활한 뒷좌석, 첨단 반자율주행 기능 등을 갖췄다. 2000~2010년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쏘나타는 지난해 6위(6만7440대)에 그쳐 이제 국민차 자리를 그랜저에 완전히 내주었다.

2위는 소형 트럭 현대 포터(9만5194대)로 자영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3위는 디자인이 파격적이라고 평가받은 현대 아반떼(8만7731대)가 차지했다. 아반떼는 20~30대뿐 아니라 은퇴 후 작은 차로 바꾸거나 세컨드카를 사고 싶어하는 50~60대에도 인기를 끌었다.

4위는 기아 K5로 8만4550대가 팔렸다. 편의·첨단 사양이 모두 비슷한 쏘나타를 제친 것은 젊은 층에 소구한 디자인 효과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5위 쏘렌토(8만2275대)도 디자인 효과를 톡톡히 본 기아차다. 쏘렌토는 비슷한 시기에 신차가 나온 현대 싼타페(10위·5만7578대)를 거뜬히 눌렀다. 물론 싼타페는 부분변경, 쏘렌토는 완전변경 모델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쏘렌토는 역대급 디자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국산 중형 SUV 중 처음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된 점도 판매에 일조하고 있다.

현대 팰리세이드와 기아 카니발은 ‘실용성 갑'으로 나란히 7위(6만4791대), 8위(6만4195대)를 차지해 ‘국민 패밀리카'로 등극했다. 팰리세이드는 4000만~5000만원에 살 수 있는 7~8인승 대형 SUV다. 원래 가족용으로 인기가 높았던 카니발은 실내외 디자인이 ‘럭셔리 카' 수준으로 변모하면서 더 사랑받고 있다.

한편,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잇따른 신차 출시로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로 늘어 10만대를 돌파했다. 준대형 세단 G80은 5만6150대, 준대형 SUV GV80은 3만4217대가 팔렸다. 제네시스 전체 판매량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국내 판매량을 넘어 ‘고급차 브랜드' 왕좌를 꿰찼다.

◇수입차는 티구안, A클래스 세단 등 부상

수입차 시장에선 기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등 꾸준한 인기 차종 외에 새롭게 10위권에 든 신흥 강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수입차 연말 결산 통계는 6일 발표되는데, 지난 11월까지의 베스트셀링 카 10위 리스트를 보면 1위는 폴크스바겐의 중형 SUV 티구안 2.0 TDI이다. 티구안은 디자인·성능·연비가 합리적이고, 할인을 받으면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가성비 차'로 인기를 끌었다.

2위(벤츠 E300 4매틱)와 3위(벤츠 E250)는 모두 벤츠 E클래스 차종이 차지했다. 사실상 E클래스가 수입차 최다 판매 차종인 셈이다. E클래스는 지난해 10월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지만, 신차가 아닌 기존 모델을 할인받아 사려는 소비자도 꽤 많았다. 4위는 BMW 520 모델로 역시 지난 10월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지만 잘 팔렸다.

5위는 2019년 말 출시된 포드의 신형 익스플로러(대형 SUV), 6위는 2018년 10월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된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렉서스 ES300h가 차지했다.

7위는 쉐보레의 픽업트럭 콜로라도, 8위는 아우디 A6 40 TDI, 9위는 쉐보레 트래버스, 10위는 벤츠 A클래스 220 세단 등 신흥 강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