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동생’ 취급을 받았던 기아차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최근 기아의 주요 신차들은 현대차 동급 모델보다 디자인이나 상품성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판매량에서 형님(현대차) 모델들을 제쳤다.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연초부터 각종 자동차 상을 휩쓸고 있다.

실적도 상승세다. 기아차는 작년 4분기 코로나 속에서도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1조2816억원)을 기록해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1월 15일 기아차에서 기아로 사명을 바꾸고 로고까지 새롭게 만든 기아가 앞으로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아의 인기 차종이 최근 받은 자동차 상

◇미국·인도 시장 호조에 현대차 따돌린 차들도

기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59조원)을 올렸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 3분기 리콜 등에 대비한 품질 충당금(1조2600억원)을 쌓지 않았다면 1조4550억원의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이 가능했다. 4분기엔 실제로 1조원대 이익을 냈다. 판매량이 국내 55만2400대(전년 대비 +6.2%), 해외 205만4432대(-10.7%) 등 260만6832대로 전년 대비 7.6% 줄었지만 비싼 차를 많이 팔아 수익성이 좋아진 것이다.

실적을 견인한 건 북미·인도 그리고 내수 판매다. 미국·캐나다에선 지난해 2월 북미 전용 모델로 출시된 대형 SUV 텔루라이드가 인기를 끌며 북미 전체 판매량이 전년 대비 5.1% 늘었다. 인도에선 2019년 말 준공된 기아의 첫 공장이 작년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하면서 판매량(14만대)이 71.4% 늘었고, 인도 내수 판매 9위(2019년)에서 단숨에 4위로 올라섰다.

국내에서도 신차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며 쏘렌토·K5 등은 현대차 동급 모델보다 잘 팔렸다. 지난해 출시된 신형 쏘렌토는 “디자인이 역대 최고”라는 평가와 함께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인기를 끌며, 판매량이 비슷한 시기 출시된 현대차 신형 싼타페(5만7578대)의 1.4배에 달했다. K5(8만4550대) 역시 디자인이 호평을 받으며 형님 모델인 쏘나타(6만7440대)를 제쳤다.

◇올해의 자동차 상 휩쓸어

기아는 올해 성적이 더 기대되고 있다. 올해는 분기당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온전히 달성해 지금껏 달성하지 못했던 ‘연간 영업이익 5조원’ 벽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에선 연초부터 각종 자동차 상을 휩쓸고 있어 희망을 더하고 있다.

대표 SUV 쏘렌토는 최근 영국 유력 자동차 전문지 ‘왓카’가 선정하는 ’2021 올해의 대형 SUV’에 선정된 데 이어, 폴란드에서는 자동차 기자와 전문가들이 뽑는 ’2021 폴란드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폴란드 자동차 전문가와 기자 21명이 24대의 차종을 심사한 결과다. 쏘렌토는 결선에 함께 오른 포르셰 타이칸, 폴크스바겐 ID.3, 도요타 야리스를 제쳤다. 평가 점수는 117점으로, 2위 야리스(84점)를 크게 앞섰다. 기아는 작년 ’2020 폴란드 올해의 차'에 유럽 전략 모델 X씨드가 선정된 데 이어 2년 연속 선정되는 성과를 이뤘다. 쏘렌토는 자동차 전문 매체 푸로스 오토의 ’2021 라틴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도 올해의 SUV에 선정됐다.

텔루라이드는 지난해 3대 자동차 상으로 불리는 ’2020 세계 올해의 자동차'와 ’2020 북미 올해의 차'(SUV 부문) 2개 상을 석권한 데 이어, 올해에도 수상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더 카 커넥션(TCC)이 ’2021년에 구입해야 할 최고의 패밀리카'로 꼽은 것이다. TCC는 “텔루라이드는 8명이 탈 수 있는 세련된 패밀리카”라고 평했다. TCC는 작년에는 텔루라이드를 ‘구입해야 할 최고의 자동차’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차세대 전기차 CV와 K7·스포티지 신차 등이 출시돼 기아 실적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며 “이제 기아를 새로운 눈높이로 바라볼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