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억원 이상의 고가(高價) 수입차가 4만대 넘게 팔릴 정도로 국내 고급차 시장이 성장했지만, 정작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차 3사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포르셰·벤틀리·람보르기니 등 수퍼카 브랜드들의 판매량이 빠르게 늘면서 고객층이 잠식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 3사는 기존 모델보다도 더 고급스럽고, 주행 성능이 더 탁월한 모델을 잇따라 선보여 VIP들의 이탈을 막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3사는 AMG(벤츠), M(BMW), RS(아우디) 등 각 사가 자체 보유한 고성능 튜닝 브랜드를 앞세운다. 기존 차량 플랫폼에 고성능 엔진을 얹고, 각종 부품을 개선한 모델들이다. 예컨대 벤츠의 중형 세단 ‘E250’에는 2.0L 가솔린엔진이 탑재된다면, 최고급 ‘E63 AMG’엔 4.0L 8기통 엔진이 장착된다. 실내 소재도 고급스러워지고, 외관 디자인도 주행 성능을 강조하게끔 살짝 바뀐다. 대신 가격은 훌쩍 뛴다. E250은 6000만원 후반대지만, E63 AMG는 1억5000만원이 넘는다.

BMW도 중형 세단 ’520i’를 바탕으로 성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M550i’와 ‘M5’를 선보였다. 520i는 6000만원 중반대이지만, M550i는 1억원이 넘고, M5는 1억5000만원이 넘는다. “다양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업그레이드를 세분화한 것”이라고 BMW 관계자는 설명했다. BMW코리아는 M 브랜드 차종 수를 작년 27종에서 올해 34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겉은 비슷해도 속은 확연히 다른 고성능차는 뚜렷한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AMG의 판매량은 지난해 4390대로 전년 대비 60% 성장했다. M 역시 지난해 2859대가 팔려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대 교수는 “명품 시장에선 가격·제품을 세분화할수록 새 수요가 창출되는 특성이 있다”며 “고소득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초고가·고성능차 시장 경쟁은 계속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