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국내에서 1만1826대를 팔아 단숨에 ‘수입차 1만대 클럽’에 가입했던 테슬라가 올 들어서는 힘을 못쓰고 있다. 지난 1월 한달 판매량이 고작 18대에 그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유는 전기차 보조금 때문이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지급하는 구매 보조금이 통상 1월에는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친환경차 보조금 규모를 연초에 확정하는데 올해는 1월 21일 확정됐다. 또 각 지자체들이 별도로 지급하는 자체 보조금은 더 늦게 정해진다. 지자체들이 보급 목표 등을 고려해 자체 예산을 확보하는데 대부분 2월 중순부터 보조금 신청을 받고, 더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는 설 연휴가 끝난 뒤인 15일부터 신청을 받는다.
이때문에 테슬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기차들은 1월에 ‘판매 굴욕'을 맛본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대수는 615대에 그쳐 전월(3205대) 비해 80% 넘게 감소했다. 지난달 현대차 코나 EV는 8대, 기아 쏘울 EV는 1대 팔렸다. 르노 조에 역시 1대, 한국GM 쉐보레 볼트는 판매량이 ‘0′대였다. 니로 EV는 90대가 팔렸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물량 공급이 지연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때문에 전기차 판매 업체들은 신차 출시 시기도 이를 고려해 결정한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5′를 아직 출시하지 않은 것도 보조금과 관련이 없지 않다. 현대차는 이달 중순쯤 사양을 공개하고 3~4월쯤 판매를 본격 개시할 예정이다. 테슬라 역시 모델3의 뒤를 이을 대중 전기차인 모델Y를 1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연말이 되면 또다시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 지자체별로 신청자가 많아 보조금이 일찍 고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전기차 보조금에 따른 판매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구매 시기와 상관 없이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필수 전기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연말에 그해 책정된 보조금이 고갈됐을 때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1월에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2월에 확정된 보조금을 소급 지급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현대차와 기아 각각의 판매량을 뛰어넘으며 ‘급부상'했다면, 올해는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조금이 지난해와 다르게 가격대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 기아가 ‘CV’(프로젝트명)로 반격에 나서기 때문이다.
국비·지방비 보조금은 올해 대당 최대 1000만~1200만원 정도 될 것으로 보이는데, 차량 가액이 6000만원 미만일 때만 전액 지급되고 6000만~9000만원은 50%만 준다. 9000만원을 넘으면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
지난해 테슬라 판매량의 93%를 차지했던 모델3의 경우 기본 모델 가격은 6000만원 이하지만, 롱레인지나 퍼포먼스 모델을 선택하면 6000만원이 초과돼 보조금을 50%밖에 받지 못한다. 모델Y 역시 모델3보다 약간 높은 가격대로 보조금을 50%만 받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6000만원 이하의 전기차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가격을 내릴 가능성도 있지만, 모든 모델을 6000만원 이하로 내리긴 쉽지 않아보인다”며 “보조금이 전기차 구매 결정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테슬라의 올해 전략이 궁금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