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추진 중인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애플카를 만들려면 실제 차를 조립·생산해줄 파트너가 필요한데, 현대차그룹에 이어 닛산·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애플의 협력 제안을 뿌리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일본 완성차 업체 닛산과 애플카 협상을 벌여왔으나, 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끝났다”고 15일 전했다. 애플 브랜드 사용을 두고 양사 간 의견이 갈라지면서 고위 경영진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버트 디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독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우린 애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자동차 산업은 한순간에 정복할 수 있는 일반적 기술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독일에선 ‘폴크스바겐도 애플의 협력 제안을 거절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애플카 협상이 잇따라 불발되는 원인으로는 ‘애플의 고집’이 꼽힌다. 애플은 차 설계부터 디자인·마케팅·판매까지 전부 애플이 주도하고 차량 조립만 완성차 업체에 맡기는 생산 방식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선 ‘애플카를 만들면 사실상 하도급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아슈와니 굽타 닛산 CEO는 FT에 “우리는 차를 만드는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며 “우리 제품에 기술 기업의 서비스를 적용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애플을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전기차·자율주행차를 자체 개발하고 있는데, 굳이 애플카를 위탁생산해 잠재적 경쟁자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닛산은 2010년 리프(Leaf)를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의 개척자 역할을 했다.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모델인 ID.3(해치백), ID.4(SUV) 등을 출시, 지난해에만 전기차 23만여 대를 팔았다. 애플은 2014년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힘써 왔다. 2017년부터는 본사 인근 실리콘밸리에서 자율주행차 시운전 실험 등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