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23일 온라인으로 '아이오닉 5'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최초로 적용했고, 실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

현대차가 전기차 ‘아이오닉5’를 23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글로벌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된 최초의 모델로, 곧 도래할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작심하고 만든 전기차다. 코나EV 등 기존 현대차의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현대차는 오는 25일부터 아이오닉5 사전 계약을 실시, 4월쯤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연내 유럽·북미 등에도 진출한다. 테슬라가 지배하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현대차의 핵심 전략모델로, 전기차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현대차의 야심이 담겨 있다.

◇단 1㎝도 낭비하지 않는 실내 공간

아이오닉5는 차체 크기는 중형 SUV 수준이지만, 실내공간은 대형 SUV보다도 넓게 디자인됐다.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덕분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차 길이는 4635㎜로 준중형 SUV인 투싼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간 거리)는 3000㎜로,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2900㎜)보다도 크다. 휠베이스가 길수록 차 실내 공간이 넓어진다. 차체 높이도 SUV에 가깝게 높여 머리 공간을 여유롭게 확보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용 플랫폼이 적용되면서 기존 자동차의 상식을 깨는 파격적 실내 공간 구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차량 구동축이 필요 없어지면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가로막는 턱이 없어졌고, 차 바닥도 평평해졌다. 운전석·조수석엔 항공기 비즈니스 좌석처럼 다리 받침대가 달렸고, 운전석·조수석 사이의 콘솔 박스는 앞뒤로 최대 140㎜까지 움직일 수 있다. 뒷좌석 시트를 앞으로 조금 당길 수도 있다. 예컨대 부모가 아이와 함께 탔을 때 시트 위치를 조정해 서로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다. 이상엽 현대차디자인담당 전무는 “단 1㎝라도 낭비하지 않는 실내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아이오닉5는 차 바닥이 평평해졌을 뿐아니라, 좌석의 위치도 앞뒤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배터리 용량을 달리한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72.6kWh 배터리를 단 ‘롱레인지’ 기준으로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는 410~430㎞ 정도가 될 전망이다. 전기차는 첫 출발할 때부터 최대 가속이 가능하다. 아이오닉5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는 5.2초면 된다. 일반 충전(400V)과 고속 충전(800V) 모두 가능한 충전 시스템이 탑재돼, 18분 충전으로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채울 수 있고, 5분만 충전해도 최대 100㎞까지 달릴 수 있다.

멀티 충전 시스템이 적용돼, 일반충전과 고속충전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현대차 측은 "충전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차량 외부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도 처음 적용됐다. 차 안에 설치된 220V 콘센트를 통해, 각종 가전제품·전자기기에 차 배터리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차를 보조 배터리처럼 쓰는 셈이다.

◇포니 디자인에 각종 첨단 사양 탑재

아이오닉5 외관 디자인은 1974년 처음 나온 '포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대신 첨단 미래차 디자인을 적용, 사이드미러 자리에 카메라를 달았다. /현대차

차 외부 디자인은 1974년 처음 나온 ‘포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작은 정사각형 조각을 반복 배치한 ‘픽셀’ 무늬를 전조등·후미등 등에 넣어 미래 전기차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가장 큰 변화는 ‘사이드미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차 측면엔 거울 대신 얇은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운전자는 문 안쪽의 디스플레이(OLED)를 통해 후측방 교통 상황을 볼 수 있다. 현대차 측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고, 거울로는 안 보이던 사각지대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차 문 역시 문 안쪽에 숨어 있는데, 차 키를 갖고 다가가면 손잡이가 자동으로 노출되는 형식이다.

최신 전기차답게 현대차그룹의 최신 주행보조 시스템이 대거 탑재됐다. 고속도로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알아서 유지하며 차선을 따라 주행하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은 물론, 자동 차선변경, 능동 충돌방지, 대각선·평행주차 지원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차 뒤쪽 트렁크 수납공간은 531ℓ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1600ℓ까지 확장된다. 차 앞쪽 후드 안에도 엔진이 사라진 자리에 작은 트렁크를 탑재했다. 테슬라와 비슷한 구조다.

◇타도 테슬라 ”글로벌 전기차 선도 브랜드 되겠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선도업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아이오닉 5는 오는 4월쯤 국내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

현대차는 아이오닉5 가격을 5000만원 초중반대로 책정했다. 최종 가격은 오는 4월 국내 정식 출시 때 확정될 예정이다. 전기차에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혜택(최대 300만원)과 구매 보조금(서울 기준 최대 1200만원)을 감안하면, 실 구매가격은 3000만원대 후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주력 제품인 모델3(5479만~7479만원), 모델Y(5999만~7999만원)의 유력 경쟁 모델로 등장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50만대를 팔아,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23%로 1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내년 아이오닉6(중형 세단), 2024년 아이오닉7(대형 SUV)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탑티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5는 오는 3월 울산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다. 올해는 7만대, 내년부터는 연간 10만대 생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올해 국내 판매 목표는 2만6500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