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기차용 가상 음향 발생기 시장도 떠오르고 있다. 엔진음이 없는 전기차에 인공적인 엔진 소음을 장착해 보행자 안전과 운전자의 감성적 만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잡으려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2일 산업 동향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가상 음향 발생기가 의무 장착됨에 따라 관련 시장이 전기차 시장과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7월부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시속 20㎞ 이하로 저속 주행할 땐 56㏈(데시벨) 이상의 가상 엔진 소음을 내도록 법제화했다. 이 정도면 전동 칫솔이나 문서 파쇄기에서 나는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한국도 비슷한 규정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각국이 전기차에 가상 음향 발생기 탑재를 의무화하는 것은 보행자 사고 위험 때문이다. 내연기관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엔진 소음도 없다. 주행 중 발생하는 소음도 내연기관차보다 최대 20㏈ 작다. 보행자는 차가 다가오는지 몰라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완성차 기업은 안전이라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인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연구·개발해오고 있다. 쿵쿵 울리는 엔진 소음이 때로는 운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 포인트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일본 닛산은 인간이 소음으로 인식하지 않는 주파수(600㎐∼2.5㎑)의 소리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개발했다. 독일 BMW는 영화 음악계 거장 한스 치머와 협업,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전기차 ‘i4’에 넣을 가상 엔진 소음을 작곡했다. 시동을 걸면 대형 파이프오르간이 연주하는 것 같은 웅장한 소리가 난다. 주행 속도 변화에 따라 음량과 음역도 증폭한다. 포르셰는 일정 비용을 추가하면,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엔진 소음을 전기차에 넣을 수 있다. 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앞으로는 운전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내려받아 자신의 전기차에 적용하거나, 고속 주행 시 고주파 음향을 발산해 동물들이 차에 치이기 전에 자리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발전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