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판매량 1등인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 휴업을 검토 중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일부 전장(電裝) 부품 조달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는 월 판매량의 절반인 7000대 감산안을 놓고 협의를 하고 있다.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다음 주 감산 가능성이 제기돼 긴장감이 돌고 있다. 현대차는 앞서 같은 이유로 7일부터 14일까지 울산1공장에서 코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4월 들어 반도체 부족 사태가 국내 자동차 업계를 본격적으로 강타하고 있다. 지난 1월 초부터 반도체 문제로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던 폴크스바겐·GM·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국내 자동차 업계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했다. 한국GM이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 가동률을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인 정도였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업계 반도체 쇼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지난해 코로나 사태를 겪은 뒤 부품 재고를 길게 가져가는 정책을 펴 지금까지 큰 피해가 없었다”며 “하지만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 업계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전장 부품 업체 53곳 중 72%는 최근 협회 설문조사에서 “수급 차질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품사 절반(48%)은 “반도체 문제로 이미 생산을 20~50% 줄였다”고 답했다. 김주홍 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자동차 전동화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해 부족 사태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