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22일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2025년 시범 생산하고 2030년 본격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BMW도 지난 19일(현지 시각)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시범 생산, 2030년 양산'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미국 GM도 같은 날, 미국 전고체 배터리 업체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 1억3900만달러(약 1500억원) 투자를 단행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완성차 업체 중에선 도요타만 일찌감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해왔지만 다른 주요 글로벌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기술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배터리로, 액체 전해질을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격과 화재에 강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전기차 완충 시 주행 거리 800㎞ 이상도 가능하다. 현재의 전기차 배터리를 구시대 유물로 만들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자동차 업체, ‘궁극의 배터리’에 올인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를 외부 업체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18년부터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업체 솔리드파워에 투자해왔다. BMW도 역시 2017년부터 솔리드파워와 제휴를 맺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자용 현대차 전무는 이날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목표로 국내 배터리 3사와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력 제품인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투자하기는 이미 늦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한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미 한·중·일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완성차 업체가 뛰어들기는 힘들다”면서 “아예 한 단계를 건너뛰어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도 지난달 파워데이에서 “전고체 배터리는 ‘엔드게임(게임을 끝내는) 배터리’”라고 평가하며 배터리 독립 의지를 확인했다.

◇누가 앞서 있나

가장 빨리 양산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도요타다. 도요타는 세계 최다인 1000여 개의 전고체 배터리 특허를 바탕으로, 올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을 내놓고, 2025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요타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는데, 이 배터리는 10분 만에 완충이 가능하고 500㎞를 달릴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BMW는 2025년 시제품 생산,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 두 회사가 투자하고 있는 솔리드파워는 지난해 콜로라도주에서 시범 생산라인을 만들고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와 BMW의 양산 계획은 경쟁사 대비 늦지만, 1~2년 전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먼 얘기”라며 청사진도 그리지 않았던 상황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GM은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을 통해 2023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시범 생산라인을 깔고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2배 높고 가격은 60% 낮은 배터리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전문가인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과정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난제들을 A부터 Z까지 차근차근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있는 곳은 도요타”라며 “도요타의 성공 여부에 따라 업계 전반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