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사무직 노조가 오는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현대차 사무직 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대상노무법인 측이 25일 전했다. 사진은 현대차 사무직 노조 설립 총회 참석자들./대상노무법인 제공

20~30 ‘MZ세대’(밀레니엄+Z세대, 1980~2000년대 출생)가 주도한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가 26일 출범했다. 공식 명칭은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며, 위원장은 현대차그룹 자동차부품 계열사인 현대케피코 소속의 입사 3년 차 이건우(27) 매니저가 맡았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한 뒤 “사무연구직 노동자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고,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게 목표”라며 “회사와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직 노조는 28일 오후쯤 노조 설립 필증을 받고 나면 정식 노조로 법적 권리를 인정받게 된다. 현재까지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사무연구직 500여명이 가입 의사를 밝혔다. 네이버 밴드에선 4526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정식 가입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그룹 노조는 생산직이 중심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다. 사무직 노조는 현 노조와는 독자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기존 노조는 생산·기능직 위주로 돼 있어 사무연구직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못했다”며 “사무연구직의 지식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사무연구직이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사무직 노조가 정식 출범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노사 관계도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직원 대다수가 인사관리 제도를 개선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성과 평가체계와 보상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며 “더 많은 직원이 동기 부여를 받고, 이를 통해 기업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직 노조는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설립을 준비해 왔다. 계기는 ‘성과금 불만’이었다. 작년 현대차 노사는 코로나 사태를 감안, 기본급을 동결했고 성과금은 최근 10년 중 최저치로 합의했다. 직원들의 작년 평균 급여액은 전년 대비 800만원 정도 줄었다. 그러나 막상 작년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면서 MZ세대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 위원장은 “보상 체계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사무연구직과 생산직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임금을 지급해왔다. 노사 간 교섭은 생산직이 대거 가입돼 있는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맡아왔는데, 생산직의 평균 연령이 높은 탓에 성과 보상보단 정년 연장에 치중됐고, 의사 결정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사무직 노조는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명성·공정성을 확보해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추후 현대차그룹에 성과 평가체계·보상시스템 개편을 위한 노사 협의체가 만들어지면 노조 차원으로 참여할 계획도 밝혔다.

이번 사무직 노조는 현대차그룹 전체 계열사 내 사무연구직 노동자를 가입 범위로 하는 산업별 노동 조합이다. 추후 LG전자 등 다른 기업의 사무직 노조와 연합해 ‘지식 노동자 산별노조’ 설립도 추진한다. 민주노총·한국노총과는 완전히 다른 제3의 노동조합 연맹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조합원 숫자 확보가 급선무다. 현재 금속노조에 가입돼 있는 사원~대리급(매니저)이 금속노조를 탈퇴한 뒤 사무직 노조에 가입해야 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됐기 때문에 개인이 소속 노조를 바꾸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여기에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 계약직, 별정직까지 모두 가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무직 노조가 별도 교섭권을 인정받으려면 노동위원회로부터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경총 관계자는 “사무직 노조가 임금 인상, 근무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려면 결국 회사와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이전까진 단체 행동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