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위기를 직시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 자동차 노조도 마찬가지다.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져 파업 등 과거 방식의 투쟁만 고집하는 이들의 모습은 이미 MZ세대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7일 “사측의 일방적인 8조4000억원 미국 시장 투자 계획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을 포함해 현지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하겠다며 지난 13일 발표한 투자 계획에 반발한 것이다. 회사는 “국내 물량을 넘기는 게 아니고 새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노조는 “한마디 상의 없이 발표한 건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4일엔 올해 기본급 인상(9만9000원)과 정년 연장(최대 만 64세),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요구가 담긴 임단협안을 확정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내연차보다 부품 수가 37%나 감소하는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생존 차원의 구조 조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강성 노조와 경직된 노동법 때문에 인위적 구조 조정은 애초에 포기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해마다 ‘정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에선 노조가 3년째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 높은 생산 비용 때문에 르노 본사로부터 물량을 제때 배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노조는 불참률이 70%에 달하자 파업 참여자들에게 식대조로 돈까지 주고 있어 ‘금권 파업’이란 말이 나온다. 르노 본사는 한국에서 구조 조정이 어려워 전기차 생산은커녕,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전기차 전환과 공장 스마트화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로 급격한 구조 조정 충격파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밀어닥칠 것”이라며 “노조도 시대 흐름을 읽고 그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